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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한마당 열려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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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호 30면

박근혜정부의 최대 화두인 ‘창조경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 한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존 틀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내가 어떻게 창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창조성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이라는 창조적 산업(creative industry)에서 10년 정도 일하다 보니 두려움이 성취감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관련 연구에서 이론적으로 많이 확인된 내용들이다. 창조경제를 추진하려면 방향성과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첫째, 창조적 발상은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깊게 관찰하고 듣는(aggressive listening) 곳에서 시작된다. 기업들의 경우 중요한 이슈가 생길 때 이를 법적인 문제로만 생각하고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 법정 소송을 하다 지치게 된다. 그러다 문제의 핵심은 사회적 인식과 소통 방식에 있었다고 뒤늦게 깨우치는 상황을 너무나 많이 목격했다. 때론 직관적인 느낌이나 생각이 중요할 수도 있다. (Fast Think) 왜 그럴까에 대한 질문을 갖고 양파 껍질 벗기듯 계속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Slow Think) 그래야만 진짜 문제가 보일 때도 있다. 글로벌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다른 시장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는 것도 이제는 기업들의 행보에 기본이 됐다. 근본적인 질문을 뽑아 당사자들의 의견을 널리 경청하면 많은 양의 데이터에서 핵심 부분을 빠르게 찾아 낼 수 있다.

 둘째, 기업 경영이나 행정의 현장에서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를 찾고 확인해야 한다. 현장에 가보면 ‘고객이 이래서 답답할 수 있겠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리콜 등 고객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고객지원센터에 접수되는 고객의 이야기 속에서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훌륭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에 왜 유능한 청년들이 찾아오지 않는 걸까? 반드시 기업 규모나 월급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북 익산의 한 중소기업은 호텔 수준으로 차와 커피를 마실 대화 공간, 직원과 가족들의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아담한 강당, 멋진 이벤트 장식 등으로 지역의 젊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늘 새로운 도전 과제가 있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일이다. 어느 분야든 독창적으로 뭔가를 정리하고 개발한 전문가들이 있고, 국내든 국외든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서 직접 물어보면 해결책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셋째, 팀십(Teamship)을 믿어야 한다. 창조성을 이야기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의 경우에는 다르다. 고객이 맡긴 주요 미션을 수행할 때 아무리 작은 실패라도 용납이 안 될 때가 대부분이다. 회사 내부 팀의 경험과 역량으로 힘들 것 같으면 외부와 글로벌 네트워크와도 손을 잡고 성공할 수 있는 팀을 빨리 짜야만 한다. 팀이란 함께 성공 경험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외부의 팀과 팀십이 나오려면 협업의 이유와 방식이 명확하게 공유되어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내·외부 구성원들과 팀워크를 이룰 때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창조성은 가슴이 뛸 때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래 비전과 건강한 생각을 갖고 일을 시작할 때 목표를 이루려는 열망이 커지고 그 목표가 더 큰 꿈으로 자라게 된다. 무엇보다 리더의 가슴이 뛰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가슴을 뛰게 하기 힘들다. 창조적 조직의 리더는 에너지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오늘 고객을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할 다짐을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나이와 상관없이 업계를 떠날 때다. 리더 스스로 늘 새로운 자극을 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초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저성장이 지속되고, 불확실하다는 것만이 확실한 시대다. 창조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국가 전략이다. 창조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벗어 던지고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의 즐거운 투혼을 다시 살려 대한민국에 가슴 뛰는 창조경제의 한마당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숙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뒤 미국 텍사스대(오스틴)에서 광고학으로 석사학위를 땄다. 우정사업본부 운영위원, 아름다운재단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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