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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보이는 한반도 위기 … 비핵화가 최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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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탑승한 승용차(왼쪽)가 24일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 정문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날 오후 시진핑 주석을 예방한 최 특사는 앞서 판창룽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만났다. [베이징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인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다목적이다. 우선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다. 지난 2월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돼 있다.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과의 관계마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냉각 상태다. 또 한국과의 관계 악화로 개성공단까지 가동이 중단돼 경제난도 가중되고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회복 없이 현재의 난관을 헤쳐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은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 3원칙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비핵화 ▶안정과 평화 유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다. 최 특사가 22일 중국을 방문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반도 문제 당사국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시 주석이 지난 3월 취임 후 주창한 대국 외교의 체면을 살려주는 효과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특히 오는 6월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과의 신대국관계 구축을 노리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핵심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 G2(미국과 중국) 관계 구축이다. 지난 4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양국의 신대국관계를 강조했다.

 이에 케리 국무장관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하면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 재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의 책임 있는 대국 외교를 주문했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하는 자세를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북한은 중국 외교정책의 이 같은 틈새를 읽어낸 것이다.

 문제는 회담의 실효성이다. 2003년 중국 주도로 이뤄진 6자회담은 합의사항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핵무장을 위한 시간만 벌어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북한이 회담에 복귀한다 해도 북핵 폐기는 어려울 전망이고, 이 경우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노력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차이젠(蔡建) 상하이 푸단(復旦)대 한국연구센터 교수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뜻을 밝힌 것은 핵실험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사실상 유일한 우방인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물론 미국과 한국이 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라는 전제가 없어 대화의 실효성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및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취해진 5·14 조치 이후 남북관계는 최악이다. 따라서 북한은 대화를 통해 한국은 물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특사가 시 주석에게 북한의 경제 건설과 민생 개선 의지를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불안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김정은이 친서를 통해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을 요청한 것은 양국 우호 강화에 앞서 정권 기반 다지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북핵 6자회담 일지

-1차 : 2003년 8월

-2차 : 2004년 2월 대화와 협력 통해 핵문제 해결 합의

- 3차 : 2004년 6월 ‘한반도 영구적 평화체제 위한 협상’ 성명 채택

-4차 : 2005년 7~9월 한반도 비핵화 평화 체제 등 6개 항 ‘9·19 공동 성명’

-5차 : 2005년 11월~2007년 2월 ‘9·19 공동성명’ 이행 계획인 ‘2·13 합의’ 채택

-6차 : 2007년 7~10월 북 핵시설 폐쇄, 핵사찰 수용 대가 경제·에너지 지원

-2009년 4월 북 장거리 로켓 발사 , 안보리 북한 규탄 의장 성명 북한 6자회담 거부 선언

-2013년 5월 북한, 6자회담 복귀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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