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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도발 → 중국 통해 대화' 전술 되풀이 정부 "입보다 행동 볼 것" … 미·중도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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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저녁 북한과 중국의 6자회담 언급이 전해지자 우리 외교부 측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후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현재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북한도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을 포함한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가벼운 발언이 아니라 북한 내 조율된 발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행동으로 볼 때 도발 중단 등 진정성 있는 조치 가 이뤄져야 6자회담 복귀가 가능할 것 같다”며 “북한을 제외한 5개 국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6자회담 재개와 관련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도발 후 중국을 활용한 돌파구 마련이란 전술을 종종 써왔다. 2006년 10월 첫 핵실험 때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반발하며 한반도 긴장을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같은 달 31일 베이징에서 중국 주재로 북·미 접촉을 하고 6자회담 재개에 합의했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감행 당시에는 4개월 뒤 김정일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특사로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에게 대화 복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미 공조에 중국도 가세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복귀 용의 표명 등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비핵화 등에 대한 이행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입보다는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 관련 실무회담도 거부했다. 앞서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도 23일(현지시간) 비핵화를 강조하며 “북한은 자신들이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 최용해(63) 군 총정치국장이 시 주석을 만나기 직전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발표했다.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다음 달 3일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 계획을 언급하는 등 한·중 관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서울의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면담 성사에도 불구하고 최용해 특사 파견의 점수를 매기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 달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과 같은 달 하순 한·중 정상회담 등 핵심 일정이 잡혀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통령 취임 후 미국 다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관례를 깨고 중국을 먼저 찾는 박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과 얼마나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중국은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요청하는 등 극진한 예우를 예고하고 있다는 게 김행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한·중 정상회담이 대북 문제와 관련한 한·미·중 3국 공조의 틀을 마련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영종·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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