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사의 연고제 임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의 일부 사립중·고교에서 교사를 1년기간의 조건부로 채용하는 이른바 연고제를채택한데대해 교육계에선 불안을 표시하고 있는듯 하다. 즉 문교부나 교련등에서는 이와같은 제도를 특히 대학교원의 임용에있어 채택하고있는 나라도 더러는 없지않으나, 교권침해의 우려가 짙은 연고제를 지금 한국에서는 실시할 단계가 못된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것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배재중·고교에서는 지난3월, 교사90명에대해 재단측과의 사이에 1년기한의 계약을 맺게하고 69년2월말이후, 학교측에서 계속 임용할 의사가없으면 교사들이 자퇴하도록 해 놓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자질이나 근무성적을 과학적으로 평정할 아무런 기준도없이 교사를 재단측의 일방적의사로 해고할수도있는 이와같은 인사제도에 대해서교육계가 반발하고 나선것은 어느정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동교가 갑작스럽게 이러한 연고제를 채택하게된 주요연유는 지난학년도에 대학진학성적이 극히 불량하였다는점에 있었던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동교에서 이조치가 별안간 출현하게된 연유를 뒤집어본다면 오직 상급학교진학률을 높이기 위함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만일 사실이라고 한다면 졸업생들의 상급학교진학성적부진을 이유로한 이러한 교사인사제도는 그 원칙에 있어서 뿐만아니라 이 제도의 악용가능성때문에 빚어질 위험성 때문에도 교직자 전반에게 기한 불안을 안겨줄 수 있는것이다.
우리가 보기로는 중·고교에서의 1년기한의 연고제채택은 첫째로 그기한과 원칙에 있어서불합리한 점이 없지않은것 같다. 우선 지적되어야 할것은 중·고교는 대학의 경우와는 달리 단 한해도 정지할수 없는 연구의 도장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하에서비교적 고정된 교과과정을 이수케 하는 보통교육 과정이란 사실이다. 또한 백보를 양보한다해도 1년이란 기한은 우리나라의 고용형태나 사회환경으로 비추어 볼때, 불안하기 짝이없는것이며 그 교육적 효과도 감히 측정하기 어려울줄안다.
둘째, 중등교육이 그 같이 진학준비교육으로서의 성격만 강화시켜 간다면 그렇지않아도 기형적인 우리의 교육환경은 한층 비틀어질 것이 틀림이 없다고본다.
국민학교때부터 정상적인 학교교육보다는 과외공부가 주된 구실을 하기가 일쑤인 우리의빗나간 처지가 한층 악화될 것을 우리는 무엇보다도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셋째, 1년으로 수명이 한정된 교권은 마침내 학생들로부터도 경시의 대상이되어 사제간의간격을 한층 깊숙하게 파헤치는 결과로 될것이고 그교육이 공전할 우려또한 짙다. 이런 의미에서 이러한 제도를 잘못운영하면 그것은 교권에대한 원천적 침해가될 위험성을 다분히 지닌것이라 보지 않을수없다.
넷째, 교사의 근무평정은 영리회사에서와같은 인상을 주는 제도로서가 아니라, 과학적이고합리적인 방법이 먼저 제시되어야 할줄 안다. 만일에 그렇지않고 중등교육의 본래의 목적에 위배되는 이제도가 계속 채택되거나 타에 번지게 된다면 그위험성은 한층 높아진다고 볼수밖에 없을것이다.
한없이 침체된 중등교육환경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것 까지는 좋으나 그렇다하더라도 1년기한의 연고제채택은 이보다는 해가 많을것임에서 우리는 일부 중·고교의 신중한 재고를촉구해 두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