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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앤아이레저산업, 상속 '거점'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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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은 CJ그룹의 자금 흐름과 관련해 비상장 부동산개발업체 씨앤아이레저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는 2006년 설립된 회사다. 이재현 회장 42.11%, 딸 20%, 아들 37.89% 등 오너 일가 세 사람이 지분의 100%를 갖고 있는 ‘패밀리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08년 살인청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CJ그룹 전 재무팀장 이모(44)씨의 재판 과정에도 등장한다. 이씨는 이 회장의 비자금 170억원을 뜯어간 사채업자 박모(43)씨와 온천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그는 씨앤아이 대표 명의로 100억원대 대출을 받아 인천시 강화군의 땅을 샀다. 하지만 박씨에게 돈을 떼이면서 비자금 출처를 들키지 않기 위해 살해를 청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사에 대해 ‘페이퍼 컴퍼니’라는 표현을 썼다.

 실제로 씨앤아이의 이사진은 대부분 CJ그룹 재무팀의 핵심 인력으로 채워졌다. 전 재무팀장 이씨도 당시 회사의 감사로 등록돼 있었다. 회사의 사업 추진 역시 그룹에서 별도의 팀을 두고 진행했고, 관리도 그룹 재무팀에서 맡았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개인 재산과 비자금을 관리·운용하고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기 위한 ‘거점’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씨앤아이의 주 사업은 휴양콘도미니엄업, 골프장 조성 및 운영업 등 관광레저사업이다. 이 외에도 식음료판매업·주차장업·숙박업까지 아우른다. 처음 자본금은 80억원이었지만 설립 직후 유상증자를 해 190억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2007년 영업손실 4억원을 기록했으나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43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을 올렸다. 공정위에서 발표한 내부거래 실태를 보면 이 회사는 CJ그룹과의 내부거래 비율이 약 97%에 달해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가장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은 인천시 옹진군 굴업도 레저단지 사업이었다. 2007년 3910억원을 들여 굴업도에 복합레저타운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골프장·요트장·관광호텔 등을 갖춘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수천억원대 사업인 만큼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단번에 회사의 자산 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 반대에 가로막혔다. 인천시는 2009년 12월 굴업도 관광단지 지정 사업에 대해 심의 보류 결정을 내렸다. 현재 사업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면적 1.71㎢인 굴업도 땅의 98%를 소유하고 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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