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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보험사기죄, 형법에 신설해 단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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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보험사기 건수와 금액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8만3181명, 적발금액은 453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 7% 늘었다. 매년 증가일로다. 최근 5년간 10대의 보험사기행위가 세 배 이상 증가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실제 여성운전자 등 취약운전자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가장해 보험금과 별도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식의 보험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어른들이 보험사기로 쉽게 돈을 번다는 것을 알게 된 청소년들은 ‘한탕주의’에 빠져 범죄에 가담하기도 한다. 이 같은 보험사기는 수법이 너무 정교해 적발하기도 어렵지만, 적발해도 검사의 기소율이나 판사의 징역형 선고비율 또한 그리 높지 않다.

 보험사기는 우리 사회의 모럴해저드 현상을 심화시킨다. ‘사회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보험제도 본래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건전한 경제질서를 파괴한다. 결국은 보험제도가 추구하는 사회 공조(共助) 시스템을 무너뜨리게 된다.

 그간 정부부처와 수사기관은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했다. 다행히 새 정부 들어 국회에서는 보험사기죄를 형법에 신설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사기죄와 별도로 보험사기죄를 규정하는 내용이다. 국민으로 하여금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 보험사기의 예비·음모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살인죄라고 하더라도 불법의 정도 등을 고려해 강도살인·강간살인 등으로 가중 처벌하고 있듯이, 사기죄도 발생빈도와 죄질에 맞게 처벌규정을 달리 하는 것은 형사 정책적 의미가 크다.

 보험사기죄는 기망적인 사기수법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행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보험금을 뜯어내기 위해 절도·손괴·방화·교통사고를 야기하거나 고의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모두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따라서 보험사기는 선행행위 단계에서부터 형사 입건해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

 물론 개인 간의 거래관계나 경제 질서의 위반 행위에 대해 초기단계부터 형법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거래는 자율적인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사기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하면 보험회사의 재산상 피해라는 개인적인 피해를 넘어 보험이 갖는 사회적 기능을 저해하고 자칫 보험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크다. 그래서 미국·독일과 같은 선진 입법국가에서는 보험사기죄를 형법에 수용한 지 이미 오래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국회가 이제라도 보험사기행위를 사기죄와 별도로 형법상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보험사기행위는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된다.

노 명 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