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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의 변신, 석탄 대신 예술을 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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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폐광을 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삼탄아트마인이 24일 문을 연다. 사진은 본관 3층에 위치한 공예체험장. 개관을 앞두고 체험장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광원과 석탄을 실어나르던 엘리베이터 시설이 설치된 수직갱. 철탑처럼 솟아 있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상갈래 삼거리에서 오른쪽 정암사 방면으로 자동차로 5분여 달리면 오른쪽 야산에 높이 53m의 거대한 철탑이 보인다.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수직갱이다. 광원을 실어나르고 석탄을 운반하던 일종의 엘리베이터인 케이지를 수직으로 움직이는 시설이다. 이 탑을 포함해 탄차, 컨베이어, 레일 등 2001년 탄광이 문을 닫은 후 12년 동안 방치됐던 시설이 ‘레일바이뮤지엄’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뿐이 아니다. 광원들이 샤워를 하던 곳, 사무실 등이 삼탄아트마인이란 이름으로 단장돼 24일 일반에 공개된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를 줄인 삼탄(Samtan), 예술(Art), 광산(Mine)의 합성어다.

 정선군은 폐광기금 등 120억원을 들여 탄광시설을 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이 과정에서 시설과 장비 등은 대부분 보존했다. 1986년 문을 닫은 후 탄광의 원형을 유지한 채 문화공간으로 꾸며 2001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독일 에센시의 졸페라인 탄광을 벤치마킹했다.

 탄광 사무실과 광원이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했던 건물인 4층짜리 본관은 660㎡의 규모의 전시실을 비롯해 박물관 수장고, 공예체험실, 15개의 작가 스튜디오, 입주작가와 함께하는 예술놀이터 등으로 변신했다. 400여 명의 광원이 동시에 샤워를 하던 곳에는 당시 광원의 폐를 찍은 X선 필름을 활용한 설치작품이 있고, 작업일지와 급여대장 등의 각종 서류도 그대로 전시된다. 커다란 세탁기와 탈수기 등의 장비도 볼 수 있으며 장화를 씻던 곳에는 장화와 당시 광원 부인들이 입었다는 드레스를 활용한 작품도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 갱도에 신선한 공기를 집어넣던 중앙압축기실은 원시미술박물관으로 운영된다. 삼탄아트마인을 운영사인 ㈜솔로몬 김민석 대표가 수집한 아프리카 유물 등 10만 점이 교체 전시된다. 이곳에는 11대의 압축기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해발 850m에 위치한 850갱 일부는 동굴갤러리로, 해발 832m에 있는 832갱 일부는 와이너리로 사용할 계획이다.

레일을 비롯해 탄광에서 사용하던 각종 장비와 시설을 만들던 공장은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쇳물을 녹이던 곳은 피자 화덕으로 변신했다.

 이 밖에 광원에게 샤워할 물을 공급했던 보일러실은 붉은 벽돌극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탄아트마인은 24일 개관을 기념해 ‘소생’ 프로젝트 위대한 탄생전을 연다. 하종현·김태호·정경연·이가와 세이료·김재관·뮌 등 15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현대미술관 ‘캠’ 초대전이 9월 22일까지 열 린다. 삼탄아트마인은 당분간 시범 운영한 뒤 입장료를 받을 계획이다.

 삼탄아트마인 개관과 관련해 삼척탄좌 1005항 서무를 지냈다는 권혁문(58·고한읍 고한20리)씨는 “폐광이 예술공간으로 변신한 것을 계기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입주작가들은 주민과 함께 폐광지역 고한을 예술의 고장으로 만들기 위한 첫 작업으로 고한역에 폐 타이어를 활용한 시계탑을 만들고 있다.

글·사진=이찬호 기자  

◆삼척탄좌 정암광업소=1964년 문을 열어 2001년 10월 폐광될 때까지 3058만9000t의 무연탄을 생산한 국내 대표적인 민영탄광이었다. 종업원이 많을 때(1986년)는 3049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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