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안 두드리고 당도 높은 수박 찾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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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매년 6~8월엔 대형마트 간에 ‘수박 전쟁’이 시작된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더 달고, 더 시원하며, 더 아삭아삭한’ 수박을 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수박 장수가 동네로 들어와 삼각뿔 모양으로 길쭉하게 쪼갠 수박을 손님에게 권하던 풍경은 이제 낯설다. 똑똑 두들겨 보는 방법도 이제는 원시적이다.

 이마트는 ‘X선 검사기(비파괴형 당도 선별기)’를 도입했다. 실제 경남 함안 산지에서도 비파괴형 당도 선별기를 볼 수 있었다. 수박들은 비행기 탑승객들이 X선 검사를 받듯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차례대로 이동한다. 그러고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처럼 생긴 터널 형태의 선별기를 바쁘게 통과한다. 선별기 전면에 부착된 액정에는 곧바로 ‘12.4, 11.7, 13.6…’ 등 당도가 측정된다. 미리 입력한 기준 당도인 11브릭스 이하의 수박은 한쪽에 따로 걸러진다. 이마트뿐 아니라 홈플러스도 비파괴형 당도 선별기로 수박 당도를 체크하고 있다.

 또한 회사별로 대표 독점상품이 등장했다. 롯데마트는 2008년부터 국내 최초로 ‘흑미 수박’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수박피 전체가 검은색인 수박으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품종이다. 삼성종묘에서 8년간 연구와 시험재배를 거쳤다. 롯데마트 과일 상품기획자(MD)들이 여름 수박 물량 확보를 위해 함안 지역의 수박 농가들을 현장 실사하는 과정에서 흑미 수박을 발견하고, 역으로 종묘회사를 추적해 상품화했다.

 롯데마트는 “MD들이 직접 삼성종묘를 설득해 흑미 수박에 대한 샘플링 검사를 시행한 다음, 바로 독점 계약을 맺었다”며 “흑미 수박의 당도는 12~13브릭스로 일반 수박보다 2브릭스가량 높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다음 달 5일부터 일주일간 충남 논산, 경북 봉화에서 수확한 흑미수박(7~8kg)을 1만5000원대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대표 상품으로 ‘씨 없는 흑피 수박’을 내세웠다. 2009년 이마트가 네덜란드 종묘회사 누넴에 수박 종묘 개발을 제의하면서 개발된 품종이다. 회사 측이 직접 생산자와 생산지를 지정하고 육묘·파종·수확 등 재배 전 과정을 바이어가 관리하는 등 100% 계약 재배를 시행하고 있다. 흑피 수박 특상품 판매가(7~8kg)는 1만9800원이다. 이마트 측은 “계약 재배를 전면 실시하고,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해 원래 가격대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깜장 수박’이란 이름으로 경남 함안산 흑피 수박을 27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총 준비 물량은 35만 통이며, 당도 12브릭스 이상인 제품을 중량 단위로 판매한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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