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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의 종말 「염산 세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배우를 지망하는 청년이 변심한 다방「레지」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고 도망쳤다가 잡혔다.
7일 하오2시쯤 서울명동2가42 거상다방에서 동대문구 답십리2동100 진융화씨(21·본명 고정인)는 그다방「레지」김연순양(22)의 얼굴과 목에 염산을뿌려 심한 화상을 입혔다.
김양은 성모병원서 응급치료를 받고 김순영욋과에 입원중이다. 얼굴 목가슴등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날 현장을 목격한 종업원 최일례양은 전에도 가끔 들렀던 진씨가「박카스」병 1개를 들고 다방에 들어와 김양과 함께 한참동안 이야기하다가 김양이『결혼할 수 없다』고 소리치자「박카스」병속에든 염산을 김양을 향해 뿌렸다는것.
이들은 작년7월 김양이 을지로4가 반월성다방에 있을때부터 사귀어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으나 김양의 부모가 반대했고 요즘에는 김양도 마음이 변해 진씨를 멀리해온 때문에 진씨가이일을 저질렀다고 주위사람들은 말하고있다.
김양은 고향인 남원에서 모여중을 졸업, 서울에와서 다방「레지」로 지내오다가 진씨와 알게되어 결혼까지 약속했었으나 진씨가 무직이고 성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결혼반대를 받았다는것.
진씨는 반월성다방3층에 있는 H영화사에 근무한 일이있었는데 그때 김양의 환심을 사기위해 친구를시켜 김영에게 전화를 걸게하고 『H회사 조감독 진선생님을 바꾸어달라』혹은 『배우들이「로케」나가는데 진씨지시를 받아야하니 빨리 찾아달라』는등 말로 김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갖가지 수단을 써왔다고한다.
김양은『처음에는 영화감독이라는 바람에 솔깃했으나 인상이 나빠 구애를 거절했다』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윌초 진씨가 김양앞에서 하얀 약봉지를 입에 털어넣으며 『죽겠다』고 하는통에 기겁을 하고 결혼을 승낙, 김양이 밤에 진씨집을 찾기까지 했다는것.
그후 김양은 진씨가 싫어 거상다방으로 옮겼고 이날『마지막으로 만나자』고 찾아온 진씨에게 결혼을 거절하자 변을 당했다고 말하는 김양은 병원에서 거울속에 비치는 자기모습을 보고『내얼굴이, 내얼굴이…』하며 흐느껴 울었다.
한편 경찰에 잡힌 진씨는 국민학교를 중퇴하고 떠돌아 다니는 청년인데 그는 경찰에서 『김양의 얼굴이 너무 예뻐 다방에 못나오도록 얼굴을 못나게 하기 위해 한짓』이라고 말하고 김양과『결혼하겠다』고 뉘우치는 빛조차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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