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그만두고 섬유 중심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감사원이 대구시가 추진 중인 '패션어패럴밸리(봉무지방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패션어패럴밸리는 대구시가 섬유.패션 산업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추진 중인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이다. 따라서 밀라노 프로젝트 자체에도 큰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감사원은 31일 이런 내용의 '지역산업 진흥사업 추진 실태'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패션산업은 문화.예술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어 고급 원단의 제조, 첨단 염색.가공 등 기술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인위적으로 육성하기는 어렵다"며 "대구시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패션이 아닌 첨단 섬유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산업자원부와 대구시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패션어패럴밸리는 사업 시작 단계에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1999년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사업 주체인 산업자원부와 대구시가 타당성과 재원조달 방안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99년 당시 한국개발연구원 등 외부 연구기관들이 "고품질의 섬유.직물 생산기반을 갖춘 뒤 단계적으로 패션산업에 진출하라"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것도 무시했다.

산업단지 조성 과정상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2000년 수요 조사 때 공장.도매상 등이 들어설 산업단지 수요는 1874평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명확한 근거 없이 산업단지 면적을 9만9671평으로 늘렸다.

대구시는 또 사업비가 3000억원이 넘는 공사를 시작하면서 국비 700억원 외에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에는 민자를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사업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지 조성사업은 2004년 8월 말 현재 진척도가 18%(사업비 기준)에 불과하다. 감사원은 밀라노 프로젝트 총 사업비(8251억원) 중 연구개발비 지원은 6.8%인 565억원에 불과한 점도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섬유산업은 계속 추진하되 패션 관련 산업은 그만두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이에 대해 "감사원 지적사항을 받아들여 2단계 사업계획에 반영한 뒤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부산시가 KOTRA에서 "투자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레바논 측 사업가와 신발 상설 전시를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가 35만 달러를 날렸다고 밝혔다.

?밀라노 프로젝트=대구를 이탈리아 밀라노 같은 세계적인 패션산업도시로 성장시킨다는 목표의 섬유산업 육성계획이다. 98년 3월 정부가 대구 섬유산업 육성 방침을 밝힌 뒤 99년 4월 사업이 본격화됐다.

사업추진 권한도 산업자원부에서 2003년 3월 대구시로 이관됐다. 지역실정에 적합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취지였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