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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노사 "임금 동결, 고졸 정규직 확대"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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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석채 KT 회장(왼쪽)과 정윤모 KT노동조합 위원장이 21일 경기도 분당의 본사 사옥에서 ‘2013년 KT 단체교섭’ 가합의안에 합의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KT]

KT 노사가 임금 동결과 고졸 정규직군을 추가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단체교섭안에 합의했다.

 21일 이석채 KT 회장과 정윤모 KT노조위원장은 경기도 분당 정자동 본사 사옥에서 만나 올해 단체교섭 가합의안을 도출했다. 기존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청년 일자리 창출, 역할·성과 중심의 보상체계 강화, 근로 시간 및 장소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양측이 기득권 지키기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책임 쪽에 비중을 두겠다는 것이다. KT 노사는 “이번 대타협을 통해 대기업이 국가경제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노동조합이 창립 후 처음으로 자체 요구안을 내지 않고 교섭 조건을 회사에 일임한 결과다. 9일 KT노조는 “대기업 거대 노조의 관행을 내려놓고 낮은 자세로 비정규직의 아픔을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임금과 수당에서 양보했다. 임금은 동결하고, 연구수당이나 운전수당처럼 공기업 시절에 관행적으로 만들어져 현실과 맞지 않는 수당들은 폐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아낀 돈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기로 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고졸 정규직인 ‘세일즈직’을 신설해 올해 200명을 뽑기로 했다. 2010년부터 매년 300여 명을 채용하고 있는 고객서비스직과 산학협력을 통한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 및 채용 프로그램도 계속 운영한다. 총 500명의 고졸 정규직을 채용하게 된 셈이다.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능 나눔 프로그램인 ‘사회공헌 일자리’ 확대에도 투입해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구조 정착에 힘쓸 예정이다. 보상체계는 성과 중심으로 다듬는다. 우수 인재의 임금은 대폭 확대하고, 상습 부진 직원에 대해서는 역량 향상 기회를 주되 임금 상승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근무환경은 개선한다. 기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이던 필수근무 시간대를 오전 11부터 오후 3시로 조정해 개인 사정에 따라 오전이나 오후 시간을 육아 등에 쓸 수 있게 한다. 인터넷 환경과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스마트 워킹’을 더욱 활성화해 꼭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도 집이나 가까운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정착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합의안에 대해 24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다. 통과되면 13년 연속 무분규 단체교섭 타결이 된다. KT노조 차완규 정책실장은 “갈수록 악화되는 통신시장의 경영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직시했다”며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것인 만큼 현장 조합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2만4800여 명인 KT노조는 단일 노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1996년 민주노총에 가입했다가 2009년 7월 조합원 투표에서 94%의 찬성으로 탈퇴했다. “상급단체가 조합원의 복지보다 정치투쟁에만 몰두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독자 노선을 걷다가 올 4월 한국노총 IT사무서비스노조연맹에 가입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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