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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장의 애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베트남」5만 촉광의 조명탄이 「정글」과 건너 늪지대를 밝히고 간 뒤 귓속을 찢어버릴 듯한 폭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검은 하늘엔 「헬리콥터」가 이 잡듯이 뒤져간다.
『김일병 영희를 부탁해!…』
금방 구급「헬리콥터」에 실려 떠나는 박병장의 부르짖음이 지금도 내 귓전에 생생하다.
○…어릴 때 양친을 잃은 박병장은 어느 고아원에서 잔뼈가 굵어왔단다. 그는 그 고아원에서함께 있던 영희라는 지금 국민학교 삼학년 여자아이를 친동생처럼 돌보며 사랑했다고 휴식시간엔 자주 고국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얘기했었다.
어제도 송금「카드」에 10부을 영희 앞으로 보냈다면서 흐뭇하게 말했었다. 얼마 전에 편지 속에 동봉해온 영희의 사진이 기억에 떠오른다. 콧날이 높고 곱슬한 머리에 맑은 눈동자가 『오빠, 애들이 나더러 튀기라 놀려대요. 그렇지만 전 부지런히 공부해서 오빠의 착한 동생이 되겠어요』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는 저 가물거리며 비춰간 조명탄에 나의 바람을 뇌까려본다. 박병장이 어서 나아 영희에게 또 하나의 슬픔을 주지 말고 착하고 따사한오빠가 되어달라는 나의 조그만 바람이 헛되지 않고 그네 남매에게 하느님의 뜨거운 돌봄이 있어 달라는 마음 전부다.<김상욱·일병·군우151∼50l 주월백마부대병기중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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