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디저트서 향토음식까지 … "건강한 밥상, 창업 위해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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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그중 한식요리강좌는 아산시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해 마련된 사업으로 인기가 높다. 2~6주 단위로 주제를 정해 수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아산에 거주중인 시민이라면 누구든 신청해 참여할 수 있다. 유명 요리강사를 초빙해 음식의 조리뿐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까지 전달해 주기 때문에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4월부터 이달 15일까지 6주간 진행됐던 ‘한식 디저트’교실을 찾아 수강생들의 사연과 수업 진행 방식 등을 취재해 봤다.

아산농업기술센터에 모인 수강생들이 전대일(맨 오른쪽)요리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녹차호박찰편` 을 직접 만들어 보고 있다. 조영회 기자

7일 오전 11시 아산농업기술센터 생활관(교육관)에서는 ‘한식 디저트 교실’ 5주차 ‘녹차호박찰편 만들기’수업이 한창이었다. 서울에서 초빙된 전대일(46) 요리강사가 진행하는 수업에 모인 수강생들은 어림잡아 30여 명. 여자뿐 아니라 남자 수강생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찹쌀가루 5컵과 단호박 가루 1큰 술, 단호박 앙금 100g정도를 넣고 물주기를 합니다. 단호박앙금은 단호박을 찜기에 쪄서 채에 내린 상태를 말하는 거에요. 호박을 엎어서 찌어야 수분이 적게 스며들어 사용하기 좋습니다.”

 전 강사가 단호박·대추·녹차 등 10여 가지의 재료로 직접 음식을 만들며 과정을 설명하자 주변을 둘러쌓고 있던 일부 수강생들이 그의 말을 경청했다. 어떤 이들은 꼼꼼히 수첩에 적는 열의를 보였다.

 수업이 진행되는 생활관에는 10여 개 조가 직접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조별 싱크대와 각종 조리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또한 생활관 중앙에는 50인치 TV가 부착돼 있었다. TV를 통해 강사가 조리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 강사가 적당량의 대추와 호박씨, 녹차가루 등을 넣고 버무린 후 찜통에 30분 정도를 익히니 먹음직스러운 녹차호박찰편이 완성됐다.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녹차호박찰편을 본 수강생들은 저마다 “빛깔이 곱다” “향도 좋고 아이들이 좋아하겠다”며 감탄했다. 곧이어 전 강사는 각 조별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실습을 유도했다. 녹차호박찰편의 효능과 유래 등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원래 이 음식은 조선시대 후기 조상들이 술안주 대용으로 먹었습니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좋고 소화도 잘돼 아이들의 간식 대용으로도 좋죠. 칼로리가 높지만 열량은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안성맞춤입니다.”

평소에 진행되는 수업인데도 인기 많아

아산농기센터에서 요리 강좌를 수강하는 시민들에게는 저마다 갖가지 사연이 있다. 단순한 취미로 한식 요리를 배우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려는 사람도 있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수강하는 이들도 있다. 평일에 진행되는 수업인데도 인기가 많은 이유다.

 평소 요리와 제과제빵에 관심이 높았던 이수정(48·여·온천동)씨. 이씨는 아산농기센터에서 진행되는 여러 수업을 듣고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한식 디저트’ 수업은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게된 큰 계기가 됐다. 이씨는 “전통음식을 활용해 다양한 메뉴 개발로 창업을 해볼 생각”이라며 “제과제빵의 경우 버터와 설탕을 주된 재료로 쓰기 때문에 먹기 부담스럽지만 한식 디저트는 주로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장점을 극대화 시켜 한식 디저트 카페를 차려볼 생각”이라며 “아직까지 지역에 그런 카페가 없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선아(35·여·온천동)씨는 시부모와 남편, 자녀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이 강좌를 듣는다. 그동안 요리를 잘하지 못해 인스턴트 식품에 의지했다는 이씨. 이제는 밑반찬을 비롯해 각종 음식을 손수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이씨는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들의 식단을 건강하게 짜주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시어머니 생신이 곧 다가오는데 이번만큼은 꼭 내 손으로 맛있는 한식밥상을 차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제규(64·여·염치읍)씨는 남편과 함께 4년 전 아산으로 귀농했다. 사과·배·복숭아·살구 등 2300여㎡ 대지에서 10여 가지의 유기농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 손수 키운 농산물은 팔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먹거나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또 윤씨는 귀농하면서부터 전통음식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4대장(고추장·간장·청국장·된장) 명인 자격증을 취득한 뒤 여러 향토 음식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아산향토음식회장직을 맡아 한식요리강좌에 서브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윤씨는 “서울에서는 이런 수업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곳에서는 무료로 한식을 배울 수 있어 좋다”며 “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고장의 향토음식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식디저트반 수강생을 가르쳐온 전 강사는 “한식의 우수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요리를 배웠고 16개의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해주는 수강생들에게 오히려 더 고맙다”고 말했다.

전통의 맛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농업기술센터는 한국 전통의 맛을 보급 계승하기 위해 다양한 한식요리강좌(한식 디저트반)이외에도 음식건강교실, 향토음식개발 보급, 한방약술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아산 주민이면 누구나 신청해 들을 수 있다.

또한 전통 음식문화의 우수성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방학기간을 이용해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을 30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요리체험교실을 운영한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어져 있는 학생들에게 계절에 맞는 식생활과 한식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는 과정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의 협동심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미용 아산시생활개선 팀장은 “요리교실 운영은 시민들이 우리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손쉽게 음식을 만들고 전통음식문화와 농산물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평소 한식에 관심이 있거나 요리에 자신이 없는 주민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신청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식 디저트반은 15일 6주간의 교육과정을 마쳤으며 다음 달 중순부터 8주간 새로운 한식요리강좌가 시작될 예정이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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