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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친디아, 문은 열고 틈은 메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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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가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델리 AP=뉴시스]

역대 중국 총리의 첫 방문 외교에는 주변국을 중시하는 외교 코드가 숨어 있다. 주변국과의 협력이 안보와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전제라는 확신이 만든 일종의 외교 문화다. 주변국을 경계하고 먼 나라와의 화친외교를 강조했던 중국 전통의 ‘근공원교(近攻遠交)’ 외교의 새로운 변신이다.

 지난 3월 취임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9일 8박9일 일정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스위스·독일 등 4개국 순방길에 나섰다. 첫 방문국은 아시아 라이벌 인도다. 세계 인구(70억 명)의 35%를 차지하는 두 인구 대국이 경제와 외교·문화 등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면 실보다 득이 많다는 양국 공감대가 만들어낸 결과다.

 리 총리는 20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서 “양국 평화가 세계 평화의 열쇠이며 양국 협력에 따른 이익이 분규나 이견에 앞선다”며 전방위 협력을 주문했다. 지난달 15일 중국군 병사 50여 명이 인도령인 잠무 카슈미르 북단의 국경선인 실질통제선을 넘어 19㎞ 지점까지 진입해 진지를 구축한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양측은 지난 6일 현지 대치 군병력 철수에 합의하면서 긴장 국면은 해소됐다. 싱 총리도 “인도는 중국을 억제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화답했다. 미국과 연합해 중국을 포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시사다. 그는 또 “세계 평화와 번영에 양국 협력이 매우 중요하며 향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말했다.

 양국의 협력 발언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20일 양국 정상은 무역은 물론 농업과 환경보호·지방교류·문화교류 등 전방위 협력을 강화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특히 인도가 강한 정보기술(IT)과 중국이 강한 인프라 건설 및 제조업에 대한 협력을 위해 상호 시장개방을 더 확대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쑨스하이(孫士海) 중국남아시아학회 회장은 “이번 리 총리의 인도 방문 의미는 양국이 경제를 넘어 전방위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있으며 동시에 국가안보와 발전에 있어 (협력을 통해) 주변의 우려를 먼저 해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외교적 고려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임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두 번의 임기 첫 방문지로 모두 주변국을 선택했다. 2008년 3월 라오스를 방문했는데 메콩강 개발을 둘러싼 양국 경제협력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였다. 총리 첫 임기를 시작한 2003년에도 그는 태국을 방문 했다. 리펑(李鵬) 전 총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1988년 취임과 동시에 태국으로 달려가 아세안과 협력을 강조하는 ‘중·아세안 4개 원칙’을 도출해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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