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다시생각해봅시다 답례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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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부터 혼인은 인륜지대사라해서 온집안식구 내지 친지들까지 총동원되어 붐빈다.
외국의 간소한 결혼식 절차에비해 너무나, 번잡하고 허례적인 의식인게 우리나라의 특징이다.
최근 결혼식이 점점간소화되는 경향도 있지만 축하객이 많은 것은 어느 결혼식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축하객이 없는 것을 창피스럽게 여기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에티겟 선생」신태민씨는한탄한다.
외국의 경우는 보통가족과 친한친구 20명정도가 고작이며 호화로운 결혼식이라도 겨우 70∼80명이라고 한다.
축하객에게 둘러싸인 신랑·신부의모습, 모두 한번씩 축하의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란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어럽다.
언제부터 생견난 풍습인지 모르지만 피로연을 생략하는 대신 소위 유례가없던 답례품이란게 생겼다.
성의없이 예식장에서 마련한 일률적인 답례품. 오래 묵혀두어 때가 묻었거나 찌그러진 물건은 손님을 불쾌하게 만든다.
하루펑균 20쌍을 치른다는 S예식장의 경우 모든 답례품을 예식장에서 준비한다고 한다. 축하객에게는 너무나 의례적이고 불성실한 답례가 아닐까.
그리고 가끔 귓속말로『피로연이 있으니 남아있어 달라』는식.
양가끼리의 간단한 회식으로 끝내고 꼭 초대하고싶은 손님은 신혼가정을 방문토록 기회를만드는게 현명한 방법이다. 손님을 구별하여 살짝살짝 귓속말을 전하는 것은 커다란 실례.
오신 손님에게 답례를 하는 것은 신랑·신부의 당연한「에티켓」이지만「타월」한장,「케이크」,비누보다 먼저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나누는게 유쾌하고 진실한 답례일 것이다.
손님은 밀려나가면서 문간에서 무슨 배급이나 받듯이「케이크」를 들고나가고 신랑·신부와 가족들은 사진찍기에 여념이없다. 돌아가는 손님에게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기념사진을 찍어야한다.
지나친 체면에 치우쳐 과분한 부조금이나 기념품을 갖고가는현상, 그것이 청첩장남발의 근인이다. 축하를 오는손님의 부조금을 미리계산하고 손님을 대량초청하는 것은 성스러워야할 결혼식을 결국 더럽히는것이다.
결혼을하는 사람은「납세고지서」가 아닌 성혼을 정중히 알려야하고 축하객도 경우에 따라선 허식없이 축전이나 축하편지를 보내는 것이 가장 진실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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