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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5·18 정신 더 이상 훼손 말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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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선 5년 만에 기념식에 참석해 5·18의 뜻을 기리고 유족과 시민들을 위로했다. 정치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5·18 정신의 계승과 국민통합을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비록 일부지만 5·18 정신을 폄훼하고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히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

소위 ‘일베’라는 인터넷 사이트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만큼 저속하고 거친 표현으로 광주의 희생 영령들과 유족들을 욕되게 했다. 이미 진상이 만천하에 밝혀지고 사실관계 정리가 끝난 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부대의 사주에 의한 폭동’이라고 왜곡하는 등 사회적 용인의 한계를 넘어섰다.

5·18은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다. 수많은 당사자와 목격자들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던진 영령들을 부관참시하고 인격살해하는 것은 5·18 정신과 광주 시민을 두 번 욕되게 하는 행위다. 지금껏 쌓아온 민주주의 전통을 부정하고 조롱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이들의 악의적인 비방과 심각한 사실왜곡은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틀로도 수용하기 어려울 수준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일각에서 탈북자의 증언임을 내세워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선동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을 쏟아냈다. 북한에서 침투시킨 600명에 달하는 특수부대원들이 전남도청을 장악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무슨 근거로 이런 소설 같은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역사 왜곡의 극치를 보는 느낌이다. 광주 시민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라는 판단을 금할 길이 없다.

이번 사태는 보수·진보의 입장 차이도 이념 갈등도 아니다. 사실과 거짓의 대결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몇년째 저성장 기조 속에서 지역 분열과 계층·세대 갈등을 겪어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어렵사리 국민통합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툭하면 국민들을 편 가르고 서로 반목케 하는 세력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들은 무슨 노림수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5·18 기념사에서 “5·18 정신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 출신 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5·18 기념식에 참석한 김범일 대구시장은 “광주와 대구의 상호 이해와 교류 협력의 폭을 넓히기 위해 두 도시가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달빛(달구벌+빛고을) 약속’이다. 영·호남이 이렇게 화합·발전을 도모하는 건 1980년대 후반 직선제 개헌과 3김(金) 시대 이후 모처럼 있는 일이다. 어렵사리 자리 잡은 국민통합 분위기를 살리려면 국론 분열 조장 그룹에 대해 정부와 지역 주민들이 단호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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