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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 열 명 중 넷 '5월 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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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광주광역시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한 유족이 가족의 묘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광주=뉴시스]

광주 시민 10명 중 4명은 ‘5월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17일 광주시와 공동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만 19세 이상 광주 시민 3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신건강 현황을 밝혔다. 조사대상의 43.2%가 ‘5·18을 생각하면 분노·슬픔·죄의식 등 매우 강한 정서를 느낀다’고 답했다. 강용주(51) 센터장은 “고문 피해자가 아닌 일반인에 대한 조사는 처음인데 결과에 놀랐다”며 “우리나라 전체 평균이 1.4%에 불과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광주 시민들에게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5월 증후군’은 1980년 5월을 경험한 광주시민, 5·18 관련자와 가족, 외지인들이 5월만 되면 불안하고 답답해하며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증상을 말한다. 90년 전남대 오수성 교수(심리학과)가 만든 용어다.

 조사는 방문 면접 방식으로 무기명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의 건강조사 표본을 이용해 조사대상의 연령 분포도 고르게 했다. 조사 결과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5월이 되면 5·18에 대한 생각이나 그림이 떠오른다’는 응답은 55.8%에 달했다. ▶5·18을 생각하면 땀, 질식, 가슴 두근거림 등 신체적 불안함을 느낀다(11.3%) ▶5·18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11.3%) ▶5·18과 관련된 꿈을 꾼다(5.6%)는 결과도 나왔다. 강 센터장은 “1980년 5월 지역적으로 고립돼 국가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이후에도 ‘광주 빨갱이’로 매도당한 집단적 왕따의 후유증”이라며 “트라우마(정신적 상처)는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 다음 세대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처의 공동체였던 광주는 이제 ‘치유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지난해 10월 5·18로 인한 피해자들의 스트레스를 치유해주기 위해 설립됐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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