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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의 척도」에 강타 금 이중가격제|막다른 골목「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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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며칠 사이에 온 세계를 뒤흔든 유례없는 금파동은 드디어 금에 대한 이중가격제를 채택케 함으로써 금과 함께 「불변하는 가치의 척도」로 군림해온 「달러」의 위신은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다. 「달러」의 권위는 그것이 맞고 있는 세계통화로서의 기능 때문이며 이러한 「달러」의 역할(기축통화)은 35불=금1「온스」라는 1934년이래 불변해온 금과의 태환율로 보장되어왔다. 35불이면 금1「온스」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달러」의 신용은 그러나 이번 조치로 해서 상당 손상된 것이다. 「워싱턴」에서 열린 7개 금「풀」국회의가 채택키로 결의한 금의 이중가격제도는 ▲미국연방은행이 각국의 중앙은행에 대해서는 계속 1「온슨」당 35불로 금을 매각(태환)하지만 ▲각국이 민간시장에 매각한 금을 보충해주기 위해서는 금을 팔지 않는다는 것.
즉 지금까지는 각국의 통화당국 이의에 민간인도 「런던」 「파리」 및 「쮜리히」등의 금시장에 가면 35불로 金1「온스」를 살 수 있었고 미국 등 7개 금「풀」가맹국들은 금값이 오르면 보유금을 방출해서 35불 수준을 유지해왔다.

<평가고수하는길|특별인출권창설>
그러나 달러가 신용을 잃어 금수요가 워낙 엄청나게 늘어남으로써 이대로 방출을 계속하다가는 금준비가 격감하여 그나마 지탱되었던 「달러」가치의 폭락을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자유시장에 대한 금 매각을 중지하게 된 것이다.
금에 대한 「달러」의 현행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제한조치까지 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그만큼 「달러」 가치가 불안한 상태에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이중가격이 시행되면 자유시장의 금은 실세대로 매각되지만 「달러」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일단 1「온스」 35불의 종전선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자유시장의 금값이 아무리 올라도 통화준비로서의 금값에는 변동이 없게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각국이 지금의 금보유 수출을 유지하고 새로운 세계통화로서 특별인출권(SDR)을 앞으로 창설하면 세계적 유동성 부족이 해소되고 「달러」또한 현행 평가를 고수할 수 있다는 것이 금「풀」회의의 결론이다.

<파운드화 주름살|달러신용에 파급>
실제로 이중가격이 시행되면 자유시장 금값은 일단 폭등할 것이지만 주요국의 「달러」 평가를 지키려는 결의가 부동한한, 이자도 붙지 앉는 금에 대한 투기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주요국들의 행동통일이 무너지고 세계의 중소국가들이 이번 조치에 충격을 받고 미국에 대한 채권을 금으로 바꾸려 든다면 1백10억불 정도에 불과한 미국의 금준비가 1백억불대를 내려 섬으로써 「달러」가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뿐만아니라 자유시장 금값이 오르고 따라서 종래의 평가에 의한「달러」의 환물가치가 실제유통 과정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면 「달러」는 실질적으로 평가 절하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달러」평가절하나 금태환 중지까지 가지를 앉고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잠점적 조치이며 이것으로 「달러」불안을 유발했던 원인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게 일치된 견해다. 「달러」불안의 근본요인은 「달러」 및 「파운드」화를 주축으로 한 지금의 세계 통화 체제하에서 미국의 국제수지가 악화하여 해마다 막대한 금이 해외로 유출됨으로써 「달러」의 신용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달러」 및 「파운드」를 국제 결제 수단으로 쓰는 각국이 불안을 느껴 금으로 바꾸기 시작하고 여기에 투기가 겹쳐 「골드·러쉬」가 일어났다. 급증하는 세계 무역량을 「달러」·「파운드」중심의 IMF체제가 충분히 유동성을 증가시켜 「커버」하지 못해 온 것도 배경을 이루고 있다.

<불선,미봉책이다|「붕괴불가피론」도>
세계 각국이 이중금가제를『조심성있게 환영』하면서도 한편에서는 『미봉책』(불란서)에 불과하며 『하나의 지연작전으로서 권위 있는 통화「달러」의 붕괴가 결국은 불가피하다』 (백아연방) 는 논평을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오직 하나 「달러」불안을 해소하고 SDR를 조속히 창설, 국제 유동성부족을 메우는 것이다.
이번 7개국 금「풀」회의도 재정금융 면의 긴축정책과 국제수지개선에 의해 「달러」가치를 유지하려는 미국 정부의 확고한 결의와 SDR창설 전망에 바탕을 두고 이중가격제를 채택했다. 미국은 이미「달러」방위를 위한 일련의 긴축정책을 공표, 시행해가고 있으며 SDR창설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월남전비 부담이 계속 누증하고 있는 실정에서는 국제수지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가 어렵고 SDR창설 또한 각국의 정치적 입장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는 셈이다.
미국이 「달러」평가를 절하하지 않고서 과연 지금의 곤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단하나 분명해진 것은 1「온스」=35불을 표준삼아 IMF를 중계점으로 한 현재의 국제통화제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와 관련하여 국제적 경제환경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리라는 점이다

<불화체제 무너지면|「블록」화 더 심해져>
가령 현 통화체제가 무너진다면 세계는 공산권 이외에 「달러」중심의 경제권과 금을 결제수단으로 쓰는 EEC 제국으로 나누어져 「블록」화 경쟁이 심해지고 따라서 세계무역은 축소되는 반면 경쟁은 더욱 가열해질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정치적 불화를 더욱 조성함으로써 세계 평화 마져 위협하게 될 소인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동향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선 민간의 금수출입이 일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금값이 뛰어도 국내 금값에 직접적 영향은 없다. 국내 금값은 지금까지도 국제시세의 배를 넘어있기 때문에 금이 밀수입될 가능성은 그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다만 세계의 금값이 뛰면 심리적으로 국내 금값을 자극할 여지만은 있다.
또한 3억5천만불의 외환보유액이 대부분 「달러」이지만 이중가격재가 정부간 금 매각만은 종전평가를 계속 적용하고 또 우리의 수출입 구조가 미·일 편중이기에 보유외환의 대외구매력이 당장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국내엔 심리적영향|외환구매력도 문제>
다만 앞으로「달러」가 평가절하 될 경우 물론 그 영향은 크며 따라서 지금의 「달러」 불안과 견주어 그러한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서 「달러」를 금 또는 「마르크」 「프랑」화 등으로 바꿔야 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이것 또한 우리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단안을 내리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달러」평가가 절하되면 10억불에 달하는 우리의 대외 채무상환이 쉬워지기 때문에 이점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관측도 있지만 「달러」평가절하를 원화의 평가절하 없이 견딜 수 있는지 생각한다면 반드시 유리하달수 도 없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정세로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국제적 경제환경의 악화가 우리의 수출 및 외자도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만은 명확하다. 미국의 「달러」 방위정책이 BA정책강화, 수입억제로 나타나면 대미수출이 줄어들고 여타국이 미국에 뒤따르면 여타국에 대한 수출도 둔화한다. 한편에서는 각국의 국제수지개선 대책과 「유로·달러」에 의한 금투기가 국제적 자금사정을 긴박케 하여 외자도입조건의 악학와 도입가능액의 축소를 가져온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우리 나라 뿐 아니라 각국의 생산둔화-경기후퇴를 초래, 불경기의 바람이 온 세계를 휩쓸게 될 우려마저 낳는 것이다.<박동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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