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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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에서 열렸던 금「풀」 7개국 중앙은행총재회의는 금가의 이중가격제도를 채택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들 7개국은 지난 61이래 줄곧 멈추지 않았던 금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마침내 금「풀」 제도의 폐기를 건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금의 이중가격제도는 주로 두가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측 그 첫째는 이른바 「자유금」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금의 시장거래는 방임하되 다만 금「풀」 제국에 의한 시장에의 금공급은 중지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각국 통화당국사이에서는 종전대로 「온스」당 35불로 태환을 계속 인정하되 다만 통화당국이 보유금을 시장에 유출시켜 이를 메우기 위한 금태환을 요구할 때에는 이를 거절한다는 것 등이다.
한편 미국은 이와 동시에 국제수지의 악화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서 재할율을 또다시0.5% 인상시켰으며 이와 병행하여 90억불의 재정지출삭감을 발표하는 한편, 미연방준비은행은 「스와프」협정의 불화출자규모를 22억7천5백만불로 늘려 93억5천5백만불로 증대시켰다.

<일종의 경과조치>
그러나 여러가지 중좌로 보아 미국을 비롯한 금「풀」제국에 의한 상기한 바와 같은 일련의 조치가 공황직전의 위기상황을 빚어내게 했던 금 파동을 뿌리로부터 수습할 수 있을는지는 아직도 미지수라 하겠으며, 그것은 오히려 파국적인 위기를 모면케 하기 위한 일종의경과 조치로 평가함이 보다 옳을 듯 하다. 그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은바 이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적기하면 다음과 같다.
즉 이상과 같은 일련의 조치는 「자유금」의 존재를 인정한 것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는 비록 금평가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갑자기 단행할 때 오는 혼란이 무섭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배려가 역려히 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들 금「풀」제국이 「온스」당 35불의 금가격을 언제까지라도 유지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또는 그 보유금을 기꺼이 내놓을 입장에만 있지 않다는 것도 또한 숨길 수 없는 실정이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우리가 이번에 채택된 이중금가제도가 일종의 경과조치에 불과하다고 보는 이유이지만 그럴수록 현재의 주어진 여건아래 신속하게 세계금융 질서의 정상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들 관계제국과 세계 모든 금융당국자의 이성 있는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중금가제도에는 물론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많은 문젯점이 내포돼 있음을 부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종래의 모든 국제거래에 있어 가치척도의 구실을 해오던 금값이 이제부터 두개가 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이론상 모순임을 부인치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이 제도는 이러한 이론적인 모순을 논외로 하는 경우에도 너무도 많은 현실적 제약을 능히 이겨내야만 비로소 그 건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난제들>
첫째, 자유금의 여세는 멀지 않아 50불 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이는데, 이처럼 자유금값이 계속 상승한다고 할 때 각국의 중앙은행이 과연 얼마나 협조를 계속 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이런 경우 각국의 통화당국은 가능하면 그들의 보유외환중의 「골드·레이쉬오」를 높이려고 계속 태환을 요구하게 될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든지, 金「풀」에 끼기 못하고 있는 후진제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불화(60억불추산)와 「유로·달러」(1백60억선)의 태환 요구가 졸지에 제기되었을 경우, 미국의 금보유고는 격감을 면치 못할 것도 또한 자명하다.
이처럼 미국의 금보유고가 더욱 줄어들 것이 필연적이라면 金「풀」 제국의 협조관계는 더욱 약화되기 마련인데 이 경우에 있어 세계의 금융공황을 막는 유일한 것은 역시 이들 金「풀」 제국의 이성 있는 행동만 임을 우리는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성있는 협조들>
둘째, 금「풀」 7개국의 공동성명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만일 그 보유금을 시장에 유출시켜 그 회수된 「달러」로 미국에 태환을 요구했을 때에는 이를 거절한다고 했으나 이 경우에 미국은 화폐용 금의 태환도 사실상 정지시킨다는 뜻을 가지고 있음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경우처럼 국제간의 협조가 순조롭지 못하다면 이중가격제도는 결국 금태환의 전면적인 정지로까지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앞으로 금의 선태환·후매출을 전적으로 방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셋째, 이중가격제도를 실시하면서 그사이에 미국과 영국의 국제수지를 개선해야만 이중가격제도의 수명이 길어질 것이지만 단기간에 이를 실현시킬 전망은 매우 희박하다고 보아야 할 젓이다.
영국의 국제수지역조는 2월중에도 7천만「파운드」에 달함으로써 IMF가 다시 40억불을 차관해 주어야 하게되었으며 「스와프」거래도 5억불을 다시 인상해주어야 할만큼 불안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국제수지의 악화를 막고자 「달러」방위조치를 강화하면 그것은 곧 기타국가에 타격을 주는 것이 되어 각국마다 보호조치 취할 것도 분명하다. 이 경우에는 세계경제의 후퇴경향이 노골화 할 것이며 이 때문에 새로운 혼란이 유발할지도 모른다.
이점도 각국 정부의 이성 있는 협조정신이 없는 한 이중가격제도의 유지가 곤란시 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넷째, IMF의 특별인출권(SDR) 을 빨리 발효시켜 금 부족 현상을 보충하고 국제유동성부족을 메워간다고 하지만 SDR가 거부권을 가진 불란서의 협조 없이 발효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점 특히 「프랑스」당국의 협조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계경제사상 지금처럼 세계각국의 이성이 아쉬운 때도 일찍이 없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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