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lobal] 외국기업들 쉼터 활용 노하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국 피자헛 본사 지하 1층에 있는 휴게실 '호아킨 키친'은 얼핏 피자를 파는 일반 매장과 다를 바 없다.

내부 인테리어도 실제 피자헛 매장과 똑같이 꾸며 놓았다. 점심 때면 이곳은 식사와 회의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직원들로 북적거린다.

피자헛의 호아킨 키친은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쉬면서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난 1월 재단장한 휴식공간이다.

실제로 이곳엔 대형오븐.가스레인지 등 각종 조리시설과 음식 재료도 갖춰져 있어 직원들은 새로운 피자 메뉴를 만들거나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아이디어나 의견을 교환한다.

아침을 거른 직원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하루 일정을 논의하고,야근하는 직원들은 야식을 겸해 이곳에서 회의를 하기도 한다.

주경미 마케팅팀 과장은 "매장과 똑같이 꾸며진 이곳에서 요리를 하면 고객과 매장 직원의 입장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쉬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편안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주한 외국기업들이 회의실과 휴게실 기능을 복합한,'놀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임직원들이 업무 도중 짬을 내 휴식을 취하면서도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점차 사내 휴게실을 줄여가는 국내 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상당수 외국업체들이 휴식과 업무사이의 벽을 무너뜨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 네슬레는 2001년도에 서울 청담동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건물 14층에 원형 형태의 회의실을 만들었다.

일명 '외식 사업 연구실'이다.

말 그대로 이곳은 커피 자판기와 에스프레소 기계 등 20여대의 각종 자판기와 커피를 만드는 조리기구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휴게실을 겸한 회의실인 이곳에서 직원들은 직접 커피 제품을 맛보며 회의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경쟁사 제품 자판기도 함께 갖춰 놓아 경쟁사 커피 등 각종 음료의 장단점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마케팅팀 신주혜 대리는 "휴식을 취하면서 제품 시음도 겸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며 "휴식 공간과 회의실이 결합된 '퓨전'스타일의 휴식 공간"이라고 말했다.

한국P&G는 회의실의 딱딱한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최근 회의실 이름을 발리.푸켓.몰디브 등 세계적인 휴양지 이름으로 정하고, 내부 벽면도 연두색의 부드러운 파스텔톤으로 단장했다.

또 층마다 '오아시스'란 휴게실을 만들어 직원들이 카페오레 등 여러가지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며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앨 라즈와니 사장은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업무 공간을 새롭게 고쳤다"며 "직원들의 재충전에 도움을 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영국계 생명보험회사 PCA 생명은 '캔틴룸'이란 휴식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의 회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계 회사답게 각종 차와 비스킷 등을 비치해 놓아 언제나 '티타임'의 기분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캔틴룸은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비숍 사장과 사원들간 대화의 장으로도 이용된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한시간 동안 비숍 사장과 차를 마시며, 가벼운 잡담에서 영업과 관련된 의견까지 자유로운 대화를 나눈다.

인사부 유한성 대리는 "캔틴룸이 생기면서 회의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졌다"며 "이곳에서 가벼운 회의를 하는 직원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