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뚫린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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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국제공항에는 언제나 일종의 외국인우선주의가 지배하고있는것 같았다. 외국인을 먼저 내보내고 그다음에 한국인이 나간다. 반대로 들어올때에는 외국인읕 먼저 들여보내고 한국인은 언제나 뒷줄에 서기마련이었다. 선량한 우리국민들중엔 그것이 어느나라에서나 지키는 공항에서의 국제적 관례일거라고 무심히 넘겨버리는 측도 있었다. 가난한 우리나라를 찾아드는 것만도 고맙게 여겨야할 판에 외국인에게 그만한 우대를 해주는것이 우리의 알뜰한 예의가 아니겠느냐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외국의 공항을 돌아보면 우리처럼 외국인은 우대하는일이 별로 없는둣 했다. 美國에 처음으로 들어갔을때 맨 뒷줄에 서서 입국수속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야룻한 비분에 잠기던 일이 기억난다.
이제는 우리나라 공항도 그런 외국인우선주의를 버린지 오래된다. 외국인이라고 줄밖에서서 먼저 출입국수속을 마치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네 의식가운데는 아직도 외국인은 눈감아주려는 너그러움(?)이 자리잡고 있는듯 하다. 지난3일 CPA기편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에의한 국제금괴밀수사건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공항에는 세관원, 출입국관리사무소직원, 밀수합동수사반, 외사경찰등 수많은 감시의 눈이 언제나 번뜩이고 있다. 그 속을 뚫고 19킬로의 금괴를 반입할 수 있었던것은 왠지 외국인에게만은 너그러워진다는 감시의 허점이 있기 매문이었다.
이번 사건은 다행히도 「택시운전사의 수훈의 고발로 드러나, 10명의 범인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만약에 그가 범인을 간첩으로 오인하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l·21사태 이후의 간첩공포증이 오히려 도움이됐다는 일종의「아이러니」를 느낀다.
그러나 그처럼 대규모의 금괴밀수사건도 결국은 그동안의 불안한 「시국」이 한국의 금값을 국제가격보다 2·5배나 비싸게 만든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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