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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밀루임」|군사훈련받는 「이스라엘」대학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텔라비브=안재훈통신원】「밀루임」이란 「히브리」어로 예비역 군복무소집을 말한다. 「이스라엘」 청춘남녀로서는 「밀루임」이란 말을 듣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지난해 6월의 전쟁이래 남자의 군복무기간은 2년6개월에서 3년으로 연장되고, 예비역소집은 1년마다 30일씩이다.
대학생 공무원 외무부 고위관리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놀라운 것은 학교당국과 군당국의 행정상의 기막힌 협조다.
가령 학생이 수험기간일때는 소집이 연기되고 반대로 소집영장이 먼저 나오면 학생시험이 연기된다.
1,2주일 못 보던 친구가 갑자기 기관단총을 멘 체 수강을 한다든가, 어제까지 강의실에 있던 학생이 오늘은 군「트럭」에 실려 손을 혼들며 학교 앞을 통과하는 광경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지난 주에 만도 학사학위를 수여 받을 당일에 「밀루임」으로 그 학생이 전사했다는 「뉴스」가 신문에 났었다.
남녀를 막론하고 대개 고등학교 졸업즉시(l8세때) 입대하기 때문에 전대학생은 거의가 군출신이다. 사관학교 제도가 없는 이곳은 대개의 대학생은 동시에 예비역 중위, 예비역이라야 현역과 별다름이 없다.
한가지 특이한현상은 전쟁과 「밀루임」으로 뛰어다니는 대학생들 대부분이 자가용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1만5천명의 대학생중에서 절반 이상이 직장생활을 하거나 일을 해서 소형차나「스쿠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멋, 혹은 여유등 「레저·붐」따위는 없는 건조한 생활, 즉 「프래그머티즘」의 극치만이 학교를 휩쓴다.
통계에 의하면 1년에 술을 10잔이상 마시는 학생이 거의 없는 지독한 「유태」인 기질의 일면을 알 수가 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의 학생생활은 구미에 맞먹는 경제적인 번영과 조국이 사방으로 적에 포위되어 있는 「상시위기」의 균형 위에 유지되어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번영 속에 안주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한시라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스라엘」이 세 번에 걸친 대「아랍」 전쟁에 승리한 힘의 바탕이기도 한 것이다.
기자가 아는 어느 학생은 「이스라엘」학생의 처지를 적절히 설명했다. 『우리도 「유럽」의 젊은이들처럼 더벅머리에 「미니 스커트」같은 유행을 따라 「변칙 속의 젊음」을 즐겨보고 싶지요. 그러나 현실은 우리를 항상 「드라이」한 집총 태세에 묶어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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