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학] 차세대 조명 생활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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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백열등이 발명된 지 1백30년, 형광등은 70년이 지났다. 그 오랜 시간을 백열등과 형광등은 실내 조명으로서 자리를 굳게 지켜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백열등과 형광등의 아성이 흔들리게 됐다. 발광다이오드(LED)로 만든 차세대 실내 조명이 5년 안에 시장에 나올 전망이며, 광파이프.무전극 형광등 등 새로운 조명들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가장 각광받는 것은 LED. 휴대전화 화면의 불빛이나, 컴퓨터를 켰을 때 들어오는 조그마한 램프가 바로 LED다.

같은 밝기의 빛을 낼 때 얼마나 전력이 많이 드는가 하는 효율 면에서 LED는 백열등의 4~5배며 형광등과 거의 같다. 수명은 형광등의 10배 이상이다. LED에 전압을 걸어주면 일단 전자가 에너지를 얻었다가 다시 내쏟는데, 이 과정에서 빛이 나온다.

LED의 특징은 빨강.파랑.초록.노랑 등 한가지 색만 낸다는 것.

최근에는 조명용 흰색 LED도 나왔다. 빛의 3원색인 빨강.파랑.초록을 내는 LED를 좁은 공간에 촘촘히 배열해 흰색이 되게 하는 방식이다. 빛의 3원색이 섞이면 흰색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흰색 LED는 실내 조명에 쓸 만한 밝기에 이르지 못했다. 또한 LED에서 나온 빛은 퍼지지 않고 똑바로 나아가는 성질이 있어 실내를 고루 비추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에너지연구원 한수빈 박사는 "미국 에너지부가 2007년에 백열등을 대체할 조명용 LED를 내놓겠다고 선언하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곧 문제점을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빨강.노랑 등의 색깔은 이미 충분히 밝은 LED를 만들 수 있으며 실용화도 됐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부근의 신호등에 쓰였다. 또 한가지 색만 필요한 자동차의 제동등, 회전표시용 깜박이등 같은 것도 곧 LED가 기존의 전구를 대신할 전망이다.

광파이프는 체육관.실내 수영장 등 넓은 장소를 고르게 조명하거나, 실외를 아름답게 꾸미는 이른바 '경관조명'용으로 개발돼 미국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광파이프의 한쪽 입구에서 광원을 켜면, 길이 수십m 되는 파이프 전체가 고른 빛을 낸다. 비결은 파이프 안쪽 면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우툴두툴한 돌기에 있다.

이것이 '프리즘' 역할을 해 빛의 일부는 파이프 밖으로 빠져나가 조명이 되고, 일부는 그냥 파이프 속에서 앞으로 나가도록 한다. 빛이 돌기를 만날 때마다 이런 현상이 반복돼 긴 파이프 전체에서 고른 조명이 나오는 것이다.

무전극 형광등은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독일 오스람 등이 1990년대 말에 선보였다. 지금의 형광등은 내부에 높은 전압을 걸어 빛이 나도록 하는데, 무전극 형광등은 전압 대신 자기장을 걸어 빛을 낸다. 기존의 형광등보다 수명이 10배 이상 긴 것이 장점.

아직은 대량 생산에 이르지 못해 값이 비싸다. 그러나 제조 기술이 발달해 단가가 낮아지면 가정용으로까지 파고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심재우 기자

<사진설명>
특수 화합물을 이용해 흰색 빛을 내는 소형 LED(左). 흰색 조명용 LED·빛의 3원색인 빨강·파랑·초록빛을 내는 LED가 한데 모여 빛이 섞여 흰색을 내도록 돼 있다.[한국에너지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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