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추세의 물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즘 물가추세는 심상치않은 동향을 보이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전국 도매물가지수는 올해들어 불과 45일만에 3·35% (전년1, 2월등귀율=0·8%)나 올랐다고 전한다. 도매물가의 상승폭에 비해 소비자물가지수는 더욱 빠르게 오르는 것이 근년의 경향이므로 후자를 기준으로 한 물가상승폭은 이제 우려를 자아낼만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부의 올해 도매물가상승 극한치가 6%선임을 고려한다면, 이미 물가는 그 극한치의 절반을 넘어선 셈이기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인즉 물가의 이와같은 급등현상은 벌써 오래전에 예측돼 오던 터요, 오직 정부만이 이런 전망을 강경히 부인해왔던 것 뿐이다. 정부는 앞서 실시한 전면적인 세제개혁 및 난폭한 공공요금인상등 일련의 과격한 조치이후에도 그것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고작 0점하 몇%에 불과할 것이라고 장담해 왔었다. 정부는 작년의 가뭄에 대해서도, 또 이상적으로 팽창한 통화량에 대해서도 지나친 낙관을 표명해왔던 것이 사실이라. 수출지원을 위한 각종 특혜조처가 명백히 물가상승요인의 하나임에도 불고하고 정부는 또 계속 수출증가만이 지상목표인듯한 정책을 추구해온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국내기업을 혼란케하는 수입정책의 남용이 자칫 물가상승을 부채질 할 우려가 현저함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감면세수입정책을 강행해왔다. 또 정부는 제대로 소화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의 외자도입을 장려함으로써 해외부문 포화증발요인이 만성화되고, 또 이 때문에 심지어 내자조달용 현금차관, 또는 예금이자를 따먹기 위한 연불수입까지도 이를 은연중에 묵인, 조장하는 사태를 빚어냈다.
이리하여 정부는 한편에서 외자도입과 연불수입의 남발로 통화를 창조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고금리로 묶어놓음으로써 그것이 마치 정당한 내자조달정책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마저 없지 않았다. 다만 이토록 많은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동안 이미 고삐를 벗어난 물가상승을 어느정도 억제할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거의 무절제하게 풀어놓은 수입개방정책의 덕택이었다고 할수 있다. 예컨대 67년 한햇동안의 수입총액은 근 10억「달러」인데 올해에도 물가상승의 「커브」를 꺾기 위해서는 적어도 12억「달러」규모의 수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수입의 확대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는 것이다. 수출과 외자도입의 확대가 계속되어야만 수입수요가 충족될수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올해부터는 누증한 차관원리금의 상환압력이 가중될것이 명백하므로 격증일로의 수입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이것 역시 상당히 곤란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기획원당국도 수입수요의 억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상황판단을 내리고있는 듯하다. 그러나 갑자기 수입을 줄이게되면 그만큼 물가정세는 폭발적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처수단은 결국 또 다시 수입을 확대하는 길밖에는 없다는 악순환에 빠지게된다.
그러므로 이처럼 오늘의 물가정세를 걷잡을수없는 악순환속에 빠뜨리게 한 궁극적 원인은 결국 지난 몇햇동안 무리하게 추진된 고도성장·고도투자정책의 소치임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때문에 오늘의 물가추세는 어떠한 지엽말단적인 물가대응으로써도 도저히 이를 수습할길이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당국은 고도성장정책과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됐던 일련의 정책들을 일단 후퇴시키고 정리하여야할 시점에 이른 것이라고도 볼수 있다. 참다운 물가정책의 기조는 바로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