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할퀸 비극의 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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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에26일 AP동화】격전지「후에」의 시민들은 순간을 살고있다. 그들은 한톨의 쌀을찾아 26일간의 유혈전이 스쳐간 폐허의 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들은 밤새 몸을 녹일 모닥불을 피우기위해 나무가지를 긁어모으고있다.
이곳에 전화가 닥치기전 양복점을 경영했던 「래·쾅·푸」씨는 26일 자녀들과 함께 폭파된 그의상점을 뒤졌으나 찾은것이라곤 못쓰게된 신짝한켤레이었다. 『이제 이곳에서 다시 상점을 열기는 틀렸고 「사이공」으로 나가봐야겠다』고 그는 한숨지었다. 전쟁이 할퀴고간 상처는 처절하기만 하다.

<남은건 신한켤레 4세도 2세업고>
두살짜리 동생을업고 거리를 방황하는 네살난 계집아이, 다리에 뚫린 폭탄구멍으로 물속에내려다 보이는 「베트콩」시체들. 한젊은 부부는 길가에서 모닥불을 발견하고는 마치 생전 처음보듯 환성을 질렀다.
한중년부인은 허물어진 자기집터에서 벽돌조각을 뒤척이고 있었다. 이번 일은 월남인들에는 다반사인지도모르나 이곳의 일부시민들은 도무지 생소하고 새롭기만하다. 찌그러진 상점앞에서는 정부직원이 통제가격으로 쌀을 팔고있었다. 이곳을 둘러싼 군중들사이에는 쌀이 곧 떨어지지나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감돌고있었다. 성장 「팜·반·호아」 중령은 상점을 약탈하는 한월남국민을 잡아 따귀를 때렸다. 그런데 약탈할것도 별로남아있지 않은것같다. 26일간의 격전이 스쳐간뒤 인구14만명의 「후에」시는 80「퍼센트」가 파괴됐다. 교외에서는 아직 총성이 들려오고 공산군의 재공격가능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약탈할 뭍건없어 공무원도 놀기만>
전기가 일부에 다시들어오고 공무원들은 일터로 돌아가고있으나 사실은 아무일도 할 수가없다. 한관리는『「타이피스트」는 있으나「타이프라이터」가 없다』고 중얼거렸다. 성청이나「후에」대학과같은 공공건물의 모든기록들은 공산주의자들이 가져갔거나 파괴되어 버렸다. 부족한 식수는 개인집 우물로 겨우 메워지고 있다.
식수난은 피난민수용소와 인구밀집지대가 가장 심하고 미해병들은 각병원에 식수를 수송해오고있다.
3건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긴했으나 다른 전염병은 아직 없다. 예방조처로 미해군의료단이 3일동안에 1만9천명에게 예방주사를 놓았기 때문이다.

<향하두다리 끊겨 시가는 완전양분>
의사들은 주로 부상한 민간인치료에 여념이없다. 이번 전쟁에서 민가인 2천5백명이죽고 천2백명이 다친것으로 추산되고있다.
시가는 양분되었다. 너비2백야드의 향하를 연결하던 2개의 다리가 모두 끊어졌기 때문이다.
남북시가지를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는 부교뿐이다. 『「후에」는 다시는 옛모습을 되찾지 못할것』이라고 한미고문관은 말했다.
또 어떤사람들은 90일이면 질서가 회복될것이라고도했다. 그러나 이 지루한 전쟁의 상처가 얼마나 오래갈것인지 아무도 분명히 예언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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