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반공교육의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자유민주주의가 이 나라의 국시이고 따라서 반공이 그것에 수반되는 국책이었던 것은 이 나라의 시국이래 한결같았다. 그러나 반공의 필요를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6·25의 경험이었다.
그 후 국내문제로 서로가 분망한 가운데 대다수 국민은 대체로 반공문제에는 사실상 엷은 관심만을 유지해왔던 것이 실정인데 이번 공산 「게릴라」의 남침은 반공의식에 다시 크게 각성의 계기를 던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계에서도 근자에 반공도의과목을 강화한다든지 입시에 반공문제를 출제한다든지 하는 주장들이 그것을 계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반공교육은 지금의 문제가 아니며 그 용어도 쓰인지가 벌써 10여년을 넘는다. 그동안 잘 되어왔다면 지금 새삼스럽게 문제삼을 필요도 없겠다.
물론 이번 시민과 학생들의 반응으로 그간의 반공교육은 잘되었다고 볼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반공정신이 그간의 교육의 힘이냐 아니면 다른 사회적 영향의 힘이냐는 좋은 반성의 문제다.
교육적 측면에서 보면 반공의 문제는 『쳐들어오니 우리도 무기를 가져야한다』는 간단한 논리를 마구 적용하기보다는 보다 넓고 깊은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첫째 문제점은 교육자체의 정상적인 건설에 있다. 반공교육이란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든간에 교육 속에 있다. 이 자리에서 한국교육의 허다한 문제를 분석할 필요는 없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기형적이고 불안하고 위기스럽기만한 교육의 전체양상 속에서 반공교육아니라 무슨 교육도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반공교육은 우선 그 터전으로서 이 나라의 교육의 전모f를 제대로 잡는 일을 커다란 첫 과제로 한다.
그간 많이 공론된 바 있는 장기종합교육계획의 필요는 여기에 다시 등장하며 근자에 발표된 「교육 심의회」 안에 희망을 걸어본다. 이 과제 속에 반공교육의 80%가 있다고나 할까.
둘째 좀 문제를 좁혀서 자칫하면 부정적, 수동적, 방어적이 되기 쉬운 반공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어떻게 적극적, 능동적, 공격적인 것으로 바꿀 것인지가 과제다. 반공보다 승공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것도 이런 필요에서 나왔을 것이다. 『공산주의는 나쁘다』는 물론이겠지만, 『이것이 더 좋다』는 것을 제시해야하며, 공산주의 논리의 반박은 물론이겠지만, 「나의 논리」의 전개가 더 필요하다. 여기에서 「이것」 또는 「나의 논리」란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그와 관련되는 모든 정치적·경제적·사회적인 이상과 제도를 의미한다. 이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각급 학교교육과정의 구축엔 상당한 노력이 경주되어야할 것이다. 이것이 「반공교육의 강화」라는 주장이 의미하는 골자이길 바란다.
세째로 반공교육이란, 그 중심은 하나의 사상교육이다. 사상이란 지적으로나 정적으로나 정도의 「심층화」, 「성격화」를 요구하는 심리문제임에 착안해야겠다. 즉 사상이란 그저 어떤 것을 아는 것, 그저 좋다 밉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고도의 추리과정을 감당해내는 분석, 평가, 일반화의 능력을 수반해야 한다. 어떤 것에 단순한 혐오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서, 그것을 가치화하고 나아가 성격의 심부에 조직되어 들어가야한다. 따라서 도상부의 지식이나 감정만을 기른다든지, 또는 피상부를 기르다가 반대로 심층부는 도리어 왜곡시킨다든지 하는 교육을 경계해야할 것이다. 수학을 잘못 배워서 안배운 사람보다 도리어 더 수학을 혐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입시에 반공과목을 「강조」한다는 정책은 그렇게 단순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반공교육의 큰 주안점은 학생과 국민 사이에 「영광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관, 국가심상을 조성 하는 문제에 있다.
이는 의식상으로 본 이른바 「네이션·빌딩」(국가건조)의 문제다. 정치신조이야 무엇이든 『이 나라는 보람 있는 나라, 그 유사시엔 내 생명을 바칠만한 나라』라는 국가의식과 감정이 중요하다.
이런 의식과 감정은 말이나 교과서나 설교나 표어로 애국과 민족애를 강조한다고 잘 길러지지는 않는다. 나라의 여러 장면에서 「영광된 모습」들이 증대해감에 따라 길러진다.
이런 관점에서는 반공교육이란 교육계도 포함하는 사회전반의 문제다. 「영광된 모습」 예컨대 경제발전과 그것에서 오는 개인적인 성장감,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활동성 있는 안정성과 정의의 신장은 그대로 보람있는 국가심상을 만들어주며 이런 내적인 국가심상의 저류 없이는 반공교육은 수포에 불과하다.
정치적·사회적·경제적으로 불안정과 부정부패가 있는 정도에 따라서 영광된 국가심상은 길러지지 않으며 반공교육도 반공전선도 그만큼 약해진다. 이런 논리에서는 반공교육의 선도자는 도리어 교육자라기보다는 국가심상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치·경제·행정·입법 등의 지도자들의 행위와 행적이라 할 것이다 .먼저 「영광된 국가심상」의 조성 없이는 반공교육뿐아니라 어떤 시민교육도 그 기저를 갖지 못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