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무용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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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근착 「뉴스위크」지는「비즈니스」난에 흥미있는 화제거리 하나를 싣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세계최대의 자동차「메이커」인 GM(제너털· 모터스)의 부사장「시몬·E·누드센」씨를 「포드」사가 사장으로 맞는다는 인사발표이다.
「포드」사는 『GM을 밟고 일어서서 앞으로 전진한다』는 의욕을 실무「모토」로 삼고 있을 만큼 GM의 불꽃 튀는 최대 경쟁회사이다.
한층 흥미를 끄는것은 바로 47년전에는 「누드센」씨의 부친「윌리엄·S·누드센」씨가「포드」회사로 부터 GM사로 발탁되어 GM의 사장에 취임했던 일이다. 아버지는 「포드」에서 GM으로, 그의 아들은 GM에서「포드」사로-. 역사의 「아이러니」는 웃음마저 자아낸다.
설마 이런 인사가 월급몇푼으로 좌우될리는 없다. GM사 부사장이면 연봉 48만2천불은 된다. 이중에 개인 기밀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포드」사 사장이면 50만6천불쯤 퇸다. 2만4천불의 차이로 의리고 애사심이고 다 집어치우고 그가「포드」에 갔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사람들 사회에선 그까짓돈이 자리가 들썩들썩할정도의 유혹이라고는 할수없을것이다. 결국 현대의 경제사회에서는「프로페셔널」한 경영자로서의 능력에 의해 자기의 사회적인 좌표가 결정되는 것이다. 도의니 의리니, 하는 문제는 저만큼 발치로 밀려나 버렸다. 「프로페셔녈경영자」란 무엇인가. 지도력·조직력·의사결정능력일 것이다.
「카네기」의 묘비에 새겨진 몇 마디의 비명은 유명한 어록으로, 마치 현대경영학의 금과옥조처럼 인용되고 있다.
『그는 이렇다할 능력율 갖고 있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은 갖고 있었다.』
만일 누구의 묘비명에 『그는 이렇다할 능력은 없었다. 그러나 애사심하나는 볼만했다』고 적어 놓았다면 오늘의 사회에선「난센스」에 지나지않을 것이다. 바로「누드센」씨의 경우는 고전적인 경영학을 부정하는 오늘의 교훈이다. 실로 우리 국가나 사회에서도 허무맹랑한 애국심·애사심 하나로 연명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는 어서 교정되어야 할 것이다. 능력·박력·「대슁」의 시대임을 누구나 알아야 할것이다.「애국」·「애사」가 인간척도이던 시대는 벌써 곰팡이가 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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