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박사의 한방 건강 신호등 ⑤ 체질별 피부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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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피부는 여성의 부러움을 살 만큼 부드럽고, 섬세하고, 깨끗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것도 피부 때문이었다. 하지만 50세를 넘기며 얼굴 피부가 호적 나이를 금세 따라잡았다. 급격히 쪼글쪼글해진 주름 탓이다.

땀이 적은 소음인은 다른 피부 분비물도 적어 건조하기 쉽다. 이 때문에 소음인의 피부 관리는 건조증과 주름에 포인트가 있다. 아토피 피부염도 건조증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 보습 기능이 강한 화장품을 쓰고, 비누 사용은 최대한 억제한다. 얼굴 지압과 냉수마찰로 다스리는 게 좋다.

반대로 태음인은 피부가 두껍고 억세다. 피하 지방이 많고 피부 표면과 잘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도 비교적 주름이 적고 노화가 빠르지 않은 게 특징이다. 피부의 억센 정도가 심하지 않은 태음인은 피하지방 때문에 피부가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피부에 기름기가 많고, 지저분해지기 쉬워 염증이 잘 생기는 것이다. 땀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피부 청결이 중요한 태음인은 비누를 자주 쓰는 게 바람직하다. 사우나·목욕으로 피부 분비물을 깨끗이 배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양인과 태양인의 피부는 얇지만 대사 활동은 활발하다. 피부가 매끄러워 광택과 탄력이 가장 좋다. 문제는 너무 예민해 손톱으로 살짝 긁혀도 붉게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많은 점이다. 열이 많은 소양인은 피부의 염증 반응도 잦다. 아토피 피부염도 열성 염증 반응의 연장선에서 다뤄야 한다.

소양인은 알로에·오이 같은 찬 성질이 함유된 화장품이나 팩을 쓰는 게 좋다. 피부에 트러블이 있는 소양인은 육식은 적게, 채식은 많이 섭취한다. 반면 닭고기나 매운 양념류는 피한다.

피부는 신체 내부 장기의 건강 상태도 잘 반영한다. 소음인의 피부가 지나치게 건조하면 위장의 기운이 쇠약해진 것이다. 영양 섭취가 부족해 피부의 영양 공급이 충분히 안 되는 게 이유다. 위 기능을 보강하는 보양식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태음인의 피부가 윤택함을 잃은 것은 대부분 폐와 간의 문제 때문이다. 얼굴색이 흰 태음인의 피부가 거칠면 폐 기능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반면 얼굴색이 검은 태음인의 피부가 윤택함을 잃으면 간 기능 이상을 의심한다. 폐 기능이 약한 사람은 가을철에 많이 나는 견과류, 간 기능이 걱정되면 칡즙과 국화차가 좋다. 견과류에서 얻는 식물성 지방이 피부를 윤택하게 해줄 때 폐도 건강해진다.

소양인과 태양인의 피부가 매끄러운 감촉을 잃으면 신장 기능의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체질을 막론하고 피부에 검버섯이 자꾸 생기는 것은 장기가 약해진 탓이다. 이런 피부 문제들은 화장품이 아니라 약과 음식으로 다스려야 한다.

피부 관리는 신체 장기 관리와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게 한의학적 접근법이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과학기술연합 대학원대학교 (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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