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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생존율 80% … 생존 한계 22주 태아도 살린 '신의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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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소아청소년과 박원순(가운데) 교수가 의료진들에게 미숙아의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생아 중환자실 미숙아의 생존율은 80% 이상이다. [사진 JTBC ‘레전드오브닥터스’ 화면]

지난 1월 15일, 25주2일 만에 태어난 미숙아가 응급헬기로 삼성서울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임신 기간 40주를 한참 채우지 못했다. 신생아의 체중은 500g. 1000g도 되지 않는 초미숙아다. 초미숙아는 폐포가 완성되지 않아 혼자서는 숨을 쉴 수 없고, 감염에도 취약해 사망률이 높다. 같은 시간, 삼성서울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응급시스템이 풀가동됐다. 의료진은 이송된 아기의 숨을 트이기 위해 기도 삽관을 서둘렀다. 한 번에 기도 삽관은 성공했지만 아기의 호흡이 불안해졌다.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의 얼굴엔 긴장감이 돌았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각자 뭘 해야 할지 생각하고 빨리 움직여요. 다들요.” 의료진은 폐포 활성화를 돕는 계면활성제를 긴급 투여했다. 아이의 산소포화도는 정상 수치인 90%를 넘겼다. 일단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이야기다. 이곳 신생아 중환자실의 미숙아 생존율은 80%를 훌쩍 넘는다. JTBC와 중앙일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의료팀을 소개하는 리얼 의학 다큐멘터리 JTBC ‘레전드오브 닥터스(LEGEND OF DOCTORS)’를 제작했다. 삼성서울병원 신생아중환자실편은 5월19일 일요일 밤 9시55분에 방송된다. 중앙일보는 지면을 통해 기사를 연재한다.

고령 산모 늘어 미숙아 출생률도 증가

해마다 줄어드는 출산율과 달리 미숙아 출생률은 꾸준히 늘고 있다. 고령 산모가 많아져서다.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병원 내 또 다른 병원이라 불린다. 특히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단일 신생아 중환자실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5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치료 조차 시도되지 않은 생존 한계 22주 초미숙아의 생존율을 55%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 올려 초미숙아 치료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베테랑 의료진에게도 미숙아를 치료하는 건 늘 살얼음 위를 걷는 일이다.

매일 아침 신생아중환자실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박원순(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깐깐한 의사로 유명하다. 20여 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신생아중환자실의 수장을 맡으며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일궈냈다. 박원순 교수와 함께 신생아중환자실을 이끌어온 장윤실 교수는 여자로서, 엄마로서 많은 미숙아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왔다. 이 두명의 교수를 필두로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출생 체중 1500g 미만의 극소 저체중 미숙아를 연간 200여명 치료하고 있다. 이 중 1000g이하의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 치료 수가 100명을 넘어서는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이 미숙아를 치료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초극소저체중 미숙아들은 평균 임신 기간 25주 3일만에 태어나고, 평균 출생 체중은 702g 남짓이다. 이 미숙아들은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평균 80%가 생존한다.

이송 과정도 미숙아 생사 가르는 변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미숙아를 치료하고 있는 모습. [사진 JTBC ‘레전드오브닥터스’ 화면]

올해 38세인 전영옥씨는 지난해 미숙아로 김진서를 낳았다. 진서는 몇 번의 응급상황을 겪었다. 폐뿐 아니라 내장기관이 미숙해 출생 후 바로 영양수액을 맞았다. 하지만 혈관이 가늘어 주삿바늘을 꽂기조차 힘들었다. 의료진은 가느다란 관을 탯줄 속으로 넣어 심장부근 혈관까지 밀어 넣은 뒤 영양을 공급했다. 이후 진서는 자궁과 유사한 조건을 갖춘 특수 인큐베이터 안에서 지냈다. 피부 표면의 수분을 잃기 쉬운 미숙아에게 90% 이상의 안정된 수분을 공급하고, 몸에 부착된 체온 센서로 온도를 자동으로 유지한다.

미숙아는 숨 쉬는 것만으로도 벅차 수술장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600~700g의 미숙아는 체온과 습도 등에 노출돼도 탈수현상으로 사망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10년 전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미숙아 수술을 진행한다. 특히 신생아중환자실의 협진시스템은 많은 초미숙아를 살려냈다. 24시간 가동되는 전문의 상주 시스템과 소아청소년센터 등 각과의 긴밀한 협진체계 등으로 미숙아의 생존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장치선 기자

◆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주요 의료진: 박원순 교수(신생아허혈성 뇌질환, 미숙아 만성폐질환, 뇌실내 출혈 줄기세포 치료 연구 등)·장윤실 교수(신생아 난치성 질환, 줄기세포 치료 임상 연구)를 비롯한 5명의 교수진, 이명숙 임상강사외 3명, 김진섭 전공의외 6명, 오순자·이금순 파트장을 비롯한 이은정·김은숙 신생아 치료 전문간호사외 65명

▶치료 성과: 국내 유일 신생아호흡부전에 대한 체외막순환 치료, 신부전에 대한 투석, 혈장교환 치료, 소아흉부외과·외과·안과 레이저 수술, 국내 최초 400g대·22주 초미숙아 생존, 출생 체중 1500g 미만의 극소 저체중 미숙아 연간 200여명 치료, 1997년 국내 최초 일산화질소 치료 도입, 2011년 세계 최초 미숙아 대상 줄기세포 기도 내 투여 임상 성공

▶연구 실적: 세계 최초 미숙아 만성폐질환에 대한 제대혈 간엽 줄기세포 치료 임상 연구 결과 발표, 신생아 뇌실내 출혈에 대한 전임상 연구 세계 최초 진행

▶환자 수: 연평균 입원 미숙아 수 980~1000여명

▶병원 시설: 단일 신생아 중환자실로는 국내 최대 50병상(특수 인큐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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