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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물꼬 트려면 청와대 대북특보 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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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선 대북접촉 경험이 풍부한 중량급 인사를 청와대 대북특보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대북정책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뢰와 대화를 말하면서 북한 붕괴론이나 선제타격론 등이 나오는 것은 북한에 혼란스러운 신호(mixed signal)를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의견은 대북정책 싱크탱크인 한반도포럼(회장 백영철·건국대 명예교수)이 지난 10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연 한반도포럼 월례 세미나에서 나왔다. 이날 세미나는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남에 따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빚어진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가 각각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그 과제’ ‘북핵 정책의 위기와 대응전략’이란 주제의 발표를 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백영철=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해 보인다. 첫째, 청와대 대북담당 특보를 두어야 한다. 대북협상 경험이 많고 신뢰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 둘째, 대화채널의 다원화다. 정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차원의 통로가 열려야 한다.

 ▶박영호=신뢰는 합의이행이 반복되는 정상적인 상황의 지속적인 재생산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대화를 통한 교류·협력의 진전이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과 상호 영향을 주면서 추진될 때 신뢰의 토대가 단단해질 수 있다.

 ▶권만학(사회·경희대 교수)=대북정책은 내적 일관성과 외적 수용성을 가져야 한다. 정책이 상호 모순으로 충돌하거나 국제적 수용성을 가지지 못하면 효율적 정책집행이 불가능하다. 대북정책이 자체 충돌하면 실패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평화통일을 하자는 이야기인데, 미국에 가서 자유민주주의로 통일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책적 모순을 단적으로 보인 것이다.

 ▶고윤희(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북한은 아직 대화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자세다. 이럴 때 우리가 너무 나가면 북한 유인책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 자충수를 둬선 안 된다. 그 점에서 대북정책의 세밀한 전략이 필요한데 현 대북안보라인이 이를 잘 관리할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용현(동국대 교수)=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한·미·중 3국의 협력 구도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3국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뽑아내 북한에 대한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 북한은 박 대통령에 대해 아직 호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에 대해선 비판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차이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전봉근=중국은 최근 들어 북한에 대한 감독 역할의 반경을 넓히고 있는 것 같다. 중국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한용섭(국방대 교수)=신뢰는 남북기본합의서 등 그동안 이뤄진 남북합의를 지키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먼저 지키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정영교·안정호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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