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자살 증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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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는 전화를 걸어오는 주요 집단 중 하나다.
홍콩의 자살방지 상담전화의 번호를 눌러보면 다음과 같은 음성을 듣게될 것이다. "죄송합니다. 통화량이 폭주해 연결할 수 없사오니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적은 수의 자원봉사자들이 밀려드는 상담전화에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 상담전화의 통화량은 30%나 늘었다.

하루 60통을 처리했던 '착한 사마리아인'의 다국어 상담전화는 이제 100통 이상을 받고있다.

이 전화를 이용하는 고민 상담자들의 주 부류 중 하나는 실업자들이다. 현재 홍콩의 실업률은 7%에 육박하고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스테파니 쿠마리아 이사는 "그들은 융자금이나 월세를 갚지 못한다. 홍콩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 커졌다"며 "그들은 점점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1천여 명의 사람이 자살했다. 이는 2000년보다 7% 상승한 수치다.

최근 들어 하루에만 7건의 자살 관련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한 여성은 8살 난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 경찰은 그녀가 빚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숯을 태워 질식사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살이 범람하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가정위기지원소의 상담 번호를 3배로 늘렸고 계도 운동을 강화했다.

풍 파키-얀 사회복지국 부국장은 "정부가 대단히 염려하고 있다"며 "서비스를 통합하고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의 존재를 점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다른 지역 역시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은 해마다 3만여 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일본은 현재 10년만에 네 번째로 찾아온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자살한 사람들의 자녀들을 지원하는 도쿄 아시나가 재단의 오가와 코지는 "경기가 악화돼 봉급생활자들은 정리해고에, 기업주들은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아시아 금융 위기를 촉발시켰던 태국에서는 지난해 2만2천여 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했다.

출라롱콘 대학의 심리학 교수 푼티프 시리부논나부드는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을 때 자신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실패자란 생각이 들면 세상과 맞서길 원치 않거나, 더 이상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각 정부들과 전문가들이 자살 방지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후원 단체들은 재계의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한 예로 홍콩의 대형 슈퍼마켓 파크 앤 샵(Park 'N Shop)은 모든 숯 봉투에 자살 방지 상담 번호를 부착하는 데 동의했다.

Lisa Barron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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