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는 없다|막바지의 대간첩작전을 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7일새벽4시40분 화기소대(소대장 이윤소위)의 박병모 (24) 하사가인솔하는 4명의 사병들은12∼13미터전방에서 살금살금 기어오는 인기척을듣고신경을 곤두세웠다.
박하사는 『이상있음』 을알리는 신호줄을 두번당겼다. 희미한 가운데 북으로향하던 물체가 이상한느낌이든듯우뚝멈췄다.
박하사는 재빨리 수류탄을 던졌다. 잇달아 조명용수류탄을던졌다. 이때가 4시43분. 새벽의 어둠속에 밝게 나타난 괴한-분명히 「게릴라」의잔당이었다.
천명환 (24) 병장을 비롯한 조원3명의 총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박하사의 좌우에있던소대원들도 「게릴라」 를 향해 일제히 총구를 겨눴다.
3백미터 북방 정면으로 가는길에 대기하고있던「트럭」2대가 「게릴라」 를향해 「라이트」를비쳤다.
4시50분 「게릴라」 는총탄에 맞은듯 중심을 잃었다.
새벽5시 천명환병장의M79 유탄발사기가 불을뿜는 순간 「게릴라」 는완전히 나자빠진채 꼼짝하지않았다.
『사격중지!』 뒤에서 작전을 지휘하던 중대장이소리쳤다.
숨가쁜 20분동안 파평산 상공에는 60밀리 조명탄의 불빛이 산마루를 환히 비쳤다.
다시 적막이왔다. 영하12도의 추위도잊은듯 장병들은 흐르는땀을씻었다.『실전은 처음이지만 「게릴라」를 우리소대가 사살하고나니 자랑스럽습니다』작년봄 고대를졸업, ROTC출신장교로 7중대에 배속된 소대장 이윤소위는 앳된모습에 굳은 결의를 나타냈다.
「게릴라」의 시체는 며칠 굶은듯 뱃가죽이 등에 붙었고 두팔이 날아간채 유탄에맞은 왼쪽배는 완전히 형적을 찾을수없었다.
방한화에 작업복하의,검은색상의를입은 이 「게릴라」의 몸에서아군은수류탄2발, 서울지도 1점, 일제 「라디오」1개, 나침반1개, 그리고 실탄30여발을 노획했다.
【서부전선=임시취재본부】마지막 살아남은 살인특공대원6명중 2명이 이 곳 파주군천현면에 나타나 한·미수색대는 포위망을 압축, 생포작전에나섰다. 이들잔당 2명이모습을 나타낸것은 26일밤10시1O분. 천현면갈곡리채석장가까운 외딴농가 김화련 (40) 씨집을노렸다.
허기지고, 추위에 견디지못한이들은 우선 민가를덮쳐 주림을 면하려했다. 그러나 김씨집주변은국군제○사단○연대3대대11중대가 물셀틈없는 그물을 쳐두고 미리기다리고있던곳. 잠복초1개분대는 게다가 이날 하오8시께 이미 『적발견』보고를 받아 만반준비가되어있었다. 적은격전지 노고산줄기수산을 타고내려갔다. 그때○중대장 허만훈중위 (26) 는 김씨집주변만 빼놓고 딴곳은 모두 모닥불을 피우도록했다. 적은 그런줄도모르고유인당해왔다. 잠복초근무 「덴트」 를 텅비우고 논두렁에 매복한채 기다렸다. 2명의 살인특공대원이김씨집전방30미터까지왔다. 적이 한발짝만 더움직이면포위, 사살하려들었다.
그리나 갑자기적은 논바닥을 타고 고랑에 몸을 숨겼다. 낌새를 알아차린것인지 적은 먼저수류탄공격을 해왔다. 중대장 허중위는『발악적인살인귀같았다』고 말했다.
아군의 집중사격이 시작되자 5분도 못견딘적은 도로변 고랑을 타고 오던길로 다시달아났다.
완전히 북상을 못한채 발길을 남으로 돌려 아군의 포위망에 걸려든것이다. 중대장 허 중위는『그때조명탄을 터뜨려대낮같은 속에서 생포해버릴것』을분하게놓쳤다고 했다. 그러나적은독안의쥐.
퇴로는 미제○사단 수색대가 철통같이 지키고, 강갑차까지 동원하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사단○연대 장병들은 『연대장이익수대령을 잃은 분풀이를 이제 할수있게되었다』면서 포위망을 점점죄어 늦어도 27일하오엔전과를 얻을것으로 내다보았다. 직접 이들과 교전했던○중대병사들은 고삐를 움켜지고 있는것과다름없다』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