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급'고려 경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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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시대 상지대보적경(橡紙大寶積經)

▶ 백지대방광불화엄경(白紙大方廣佛華嚴經)

▶ 조선시대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

14세기 인쇄문화와 불교 연구에 주요 자료가 될 사경(寫經) 등 고려시대 경전 5점이 발견됐다.

경북대 남권희(49.문헌정보학)교수는 31일 "대구 동화사의 대웅전 삼존불의 몸통 부분에서 나온 복장(腹臟) 유물 가운데 14세기 서체와 제본 양식의 '상지은니무상의경(橡紙銀泥無上依經)' 하(下)권 등 사경 2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경전은 상수리 열매로 염색한 한지에 은가루로 경전을 베껴 쓴 것이다.

남 교수는 '백지대방광불화엄경(白紙大方廣佛華嚴經)' 1권 등 목판본 경전 3점도 함께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들 유물은 현재 전면 해체 보수 중인 동화사 대웅전에 있던 목조 삼존불 좌상을 옮기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웅전 상량문에는 이 목조 삼존불이 옹정 5년(조선 영조 3년)인 1727년 조성된 것으로 적혀 있었다.

남 교수는 "불상 조성 연대와 불상 안에 들어 있던 고려 경전이 시기적으로 400여 년이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시 복장 유물 등으로 전해진 이 경전을 불상 조성 때 다시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번에 발견된 고려 경전 5점은 표지는 일부 훼손되고 얼룩진 곳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는 온전한 편이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14세기 경전은 대부분 보물로 지정돼 있다.

고려 경전과 함께 조선시대 성종 때(1474년) 간행된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과 1600년대에 간행된 한글 언해본인 묘법연화경.한글 다라니 등 경전류만 모두 100여 점이 나왔다. 특히 지장보살본원경엔 영산부원군 김수온(金守溫.1410~1481)의 발문과 인혜(仁惠)왕비의 발원문도 들어 있었다.

이 밖에 조계종의 법맥을 기록한 '불조종파지도(佛祖宗派之圖.1724년)'와 진신사리.후령통(喉鈴筒) 등 총 120여 점의 자료가 무더기로 나왔다.

동화사 상원(常元)스님은 "이번에 발견된 고려 경전은 모두 문화재 지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 동화사는 신라 소지왕 때(493년) 창건된 절로 전해지며, 불교 조계종 제9교구 본사다.

대구=송의호 기자<yeeh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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