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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 밝은 「간암 퇴치」|세 환자 영구 치유로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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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금년 들어 간암 수술을 받은 뒤 5년을 넘긴 이른바 영구 치유자가 3명이 나오게 됨으로써 우리 도규계의 큰 자랑거리가 되게 됐다. 간암 (원발암) 수술은 다른 부위의 어떤 암중 수술보다도 까다로와 이전엔 수술 사망율이 높았고 예후도 좋지 못했다. 그래서 수술이 잘 된 경우라도 1년 남짓 밖에 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간암 수술에 의한 영구 치유자는 미국에서도 최근에 들어서야 매년 10건 미만이 배출되어 나올 정도로 세계적으로 그 수가 드물다고 한다.

<3년내 재발 많아>
모든 암은 수술 후 5년을 고비로 보고 있다. 암종의 발육은 극히 빨라서 수술 때 보이지 않는 암세포가 남아 있다면 불과 2∼3년 안에 재발되기 때문에 넉넉잡고 5년을 넘긴 사람은 완전히 암으로부터 해방된 것으로 의학계는 보고 있다.
그래서 5년을 넘기면 영구 치유됐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첫 간암 수술은 1955년 서울대 의대 욋과 김자훈·백태윤 (현 부산의대) 두 박사에 의해 이루어졌다. 두 박사는 수복 직후부터 충분한 동물 실험을 거쳐서 시술한 것이나 2주일 후 사망하였다.
그후 공백기가 있었다가 본격적으로 간암 수술이 시작되기는 60년부터. 그뒤 현재까지 서울대학에서 23건, 「가톨릭」 의대에서 14건, 연세대에서 6건을 기록하게 됐다.
그중 5년을 넘긴 영구 치유자는 ▲서울대 의대=집도의 김자훈 박사에 의해 1명 (5년) 민병철 박사에 의해 1명 (5년) ▲「가톨릭」 의대=장기려 박사에 의해 1명 (7년) ▲연세대 의대=허경발 박사에 의해 1명 (5년)이 나왔으며 계속해서 4년 3건, 2년 7건이 속속 뒤따라오고 있다.

<까다로운 시술법>
간암 수술은 암세포의 완전 절제가 용이한 일이 아닐 뿐 아니라 간 자체의 수술이 까다롭다. 1천5백그램의 간장 안엔 1분간에 1천5백cc의 피가 쉬지 않고 흐르고 있어 시술 때 출혈이 심하다. 그뿐 아니라 간장은 수많은 모세혈관·모세담관·신경 등이 복잡한 망을 이루고 있고 하루 1천cc의 담즙을 내며 자기 중량의 8%에 해당하는 영양분을 갖고 있으면서 무려 1천가지의 화학 작용을 하는 인체 안의 가장 복잡한 화학 공장으로서 인간이 세운 어떤 공장보다도 복잡하게 집약되어 있기 때문에 수술이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간암 수술 끝에 5년을 넘겨 영구 치유된 것 자체에 의학적인 의의가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서울대 의대 민병철 박사와 연세대 의대 허경발 박사가 집도한 「케이스」는 간 재생의 확인, 전이 암의 약물 치료 등 새로운 현상, 새로운 치료법 때문에 흥미를 모았다.

<단기 재생 기록도>
▲민 박사가 집도한 김장군 (당시 생후 10개얼·김방희씨 장남·서울 하월곡동 88-81)군의 경우=상복부에 큰 혹이 만져져 63년1월15일 개복. 간우엽에 발생한 커다란 암종 때문에 간우엽 전부와 좌엽 일부 도합 전체의 85%를 절제해 냈다. 그후 나머지 15%의 간이 빠른 속도로 재생 (없어진 조직이 다시 생겨나는 현상) 하다가 너무 커져서 부근을 압박하게 되었다. 그래서 수술 후 35일만인 2월19일 재수술하였다. 이때 짊어졌던 간 조직이 1백% 재생되어 먼저대로 복구되었음을 육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그후 5년이 지난 현재 김군은 튼튼하게 자라고 있으며 작년 11월20일 간침 검사 때에도 완전히 정상이었다.
이렇듯 불과 35일만에 떼어낸 부분이 재생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민 박사는 원래 간 조직이 다른 조직보다 재생이 빠른데다가 발육이 왕성한 유아였기 때문이 아닌가 보고 있다.

<항암제 써서 완결>
▲허 박사의 엄기천 (45·남·서울 신당동)씨 경우=62년11월22일 환자의 적극적인 협조로 간의 생검 및 조직 검사를 위해 진단적 개복을 했다. 그 결과 간암으로 판명되어 11월29일 2차 수술을 실시, 좌엽 전부를 절제하고 무사히 퇴원하였다. 그러나 불행히 64년3월간에 재발되고 폐에까지 전이되었음을 발견하였다. 항암 제5천밀리그램을 8일간에 주사한 결과 호전되어 67년12월14일 「엑스」선 사진에 완쾌되었음이 확인됐다. 엄씨는 5년이 지난 현재 건강한 몸으로 하루 14시간의 일을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조적인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가 이처럼 주치료제로서 전이암까지 완쾌시킬 수 있었던 것은 만에 하나 정도의 드문 경사라고 의학계는 말한다.

<간암이란>조기 발견 어렵고 위암 다음 가는 이환율
한국의 남자에게는 위암 다음으로 많은 암. 한국·일본·동남아 등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 많다. 간암 이전 상태로서 간경변증을 문제삼는 학자도 있다. 간경변증 환자에 간암이 병발한 예가 방사선 의학 연구소 등에서 밝혀진 바 있다.
간경변증은 일반으로 영양 부족 (특히 단백질)과 안주 모자란 대주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우며 상당히 진행된 후가 아니면 자각 증상이 없어 개복해서 보는 진단적 수술, 조직 검사 등을 해야 비로소 확진될 때가 많다.
담낭, 담관에 생기면 황달이 되는 수가 있다.
자각 증상으로 식욕 부진, 상복부 불쾌감, 압박감, 둔통이 오면 수술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화학 요법, 방사선 요법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을 받기만하면 시술 후의 회복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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