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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용 비아그라' 사랑의 묘약인가, 과대 선전인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성용 비아그라'의 실체는.

뉴스위크 최근호가 칼럼을 내보냈다. 

여성 성기능 장애의 일종인 성교통을 완화해주는 최신 비책이 개발됐다. 오스페나로 불리는 약이다. 이 약은 3월 말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오스페나 판매사인 일본계 제약회사 시오노기는 폐경을 맞은 미국 여성 6400만 명 이상을 겨냥한다. 시오노기에 따르면 그중 절반은 이 약이 필요하다. 이론상 수많은 여성이 곧 훨씬 나은 섹스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FDA가 6월 오스페나 시판을 허용하고, 시오노기가 일차적으로 의사들을 상대로 ‘공공교육’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갱년기 성교통이 과연 미국 여성 중 많은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장애인가?”, “오스페나가 승인된 과정에 문제가 없는가?”, “오스페나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역할을 하며 비슷한 부작용을 수반하는데 그렇다면 오스페나가 10년 전에 신뢰를 잃은 ‘호르몬 대체요법’의 은밀한 대용품이 아닌가?”라는 문제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폐경을 질환으로 간주한다면 사춘기도 질환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폐경은 1960년대 들어서야 하나의 문제로 인식됐다. 당시 와이어스-에어스트, 업존 같은 제약사는 폐경을 ‘에스트로겐 결핍 장애’라는 제법 근사한 명칭으로 바꿔놓았다. 1966년 제약업계가 자금을 댄 책 『영원한 여성성』은 폐경을 “비극”이며 “겉만 멀쩡한 쇠락”으로 규정하며 에스트로겐 없이는 여성이 “여성성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폐경 치료제 시장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남성 노화 분야에서 새로 개발된 약 비아그라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제약업계는 이 작고 푸른 알약의 성공을 여성 폐경 치료제 시장에서도 재연하고 싶었다. TV의 아침 토크쇼와 신문ㆍ잡지 기사에서 여론 제조가들은 전체 여성의 거의 절반인 43%가 성기능 장애라고 주장했다. 의학계와 일반인 모두는 그 ‘43%’를 마치 복음처럼 받아들였다.

비판자들은 그 조사가 터무니없는 질병 위기감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제약사들이 최대한의 소비자 기반을 대상으로 질병을 판매한다는 뜻이다. 제약업계는 폐경을 질환으로 정의하는데 성공했지만 곧바로 큰 반발에 흔들리게 된다.

미국립보건원(NIH)은 호르몬 대체요법이 심장병만이 아니라 유방암과 뇌졸중 발병 위험도 높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여성과 의사들이 에스트로겐을 꺼리게 됐다. 모든 폐경 여성에게 예방 수단으로 추천됐던 에스트로겐이 갑자기 요주의 물질로 전락했다.

프레마린과 프렘프로의 제조사인 와이어스 같은 제약사는 보고서가 나온 뒤 수익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의학 전문지와 의학 학술대회에서 적극적인 PR 캠페인을 펼쳤다. 이후 WHI 보고서가 발표된 후 수년 동안 산부인과 병원이 조사한 데이터를 보면 그 보고서가 내린 결론을 믿지 않는 사람이 약 절반이나 됐다. 여성 1만6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정부기관의 연구였는데도 사람들은 외면했다.

조지타운대 푸그-버먼 박사는 그런 현상이 에스트로겐의 오랜 역사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여성성을 영원히 지켜준다’며 팔렸고, 그 다음엔 질병 예방제로 팔렸다. 이제는 저용량 투여가 안전하다고 메시지를 바꾸고 있다.”

그런 메시지와 홍보 어조는 2011년 다큐멘터리 ‘핫 플래시 해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제약업계의 견해를 반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정부가 WHI 보고서의 메시지를 ‘잘못 전했기 때문에’ 여성이 호르몬제를 내다버리고 불필요하게 고통당하며 섹스를 못하는 ‘건포도’로 시들어간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호르몬이 여성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WHI 연구는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은 분명히 혜택을 본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여성의 성기능 장애가 헛소리라거나 주류 의학이 인정하지 않는 증상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뉴욕대의 산부인과 의사이자 생명윤리학자인 로렌 위스너 그린은 여성 성기능 장애를 ‘과대 포장하는’ 홍보 캠페인에 회의적이다. 여성 성기능 장애는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여성들의 느낌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린은 많은 여성이 이런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더 안전한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권고처럼 그린을 비롯한 여러 의사들은 폐경 후에도 성적으로 활발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성교통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통증을 겪는 여성의 경우 오스페나가 얼마나 잘 듣는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오스페나는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의 일종이다. 유방암 예방제나 클로미드 같은 강한 약과 같은 계열이다. 오스페나 상표의 돌출경고문에 명시된 위험에는 암, 혈전, 뇌졸중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다른 성가신 부작용도 임상시험에서 나타났다. 그 약을 복용한 여성들은 다른 여성에 비해 요로감염증에 걸린 비율이 두 배, 일과성 열감이 나타난 비율이 세 배, 질염이 걸린 비율이 14배였다.

오스페나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앞으로 훨씬 많은 여성 성기능 장애 해결책이 등장할 전망이다. 테스토스테론 젤 또는 스프레이, 성욕 개선제로 이름을 바꾼 항우울제, 심지어 앞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될 첨단 바이브레이터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이런 치료제나 기기가 여성이나 제약산업에 더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 줄까?

제니퍼 블록 여성건강 전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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