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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ICT 융합에 3년간 1조2000억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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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8일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SKT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장기가입자 우대, 창업 지원, 융합사업 투자, 빅데이터 개방 등의 내용을 담은 ‘행복동행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라며 “연말에 프로젝트 성과가 얼마나 나왔는지 지켜보고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뉴시스]

“이거 사회공헌(CSR) 아닙니다. 안 하면 안 돼서 절박한 심정으로 계획한 겁니다.” SK텔레콤이 3년간 1조2000억원을 들여 벤처·중소기업·창업자와 함께하는 ICT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남 위해서 하는 일 아니고, 나 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8일 하성민(56) SKT 대표이사(사장)는 서울 중구 SKT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ICT 융합산업 투자와 창업 지원, 빅데이터 개방을 골자로 한 ‘행복동행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변화에 뒤처졌다”는 반성으로 시작했다. 하 사장은 “보조금, 번호 이동, 가입자 확보에 매몰돼 새 서비스를 만들고 경쟁력 있는 업체와 제휴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피처폰 시대의 경쟁을 못 벗어났다”며 “그 사이 자체 생태계를 키운 TGIF(트위터·구글·애플·페이스북) 4대 천왕에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에 회사는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3년간 의료 정보 소프트웨어와 자가 진단기기 같은 헬스케어에 6500억원, 기업부문 사업(B2B)과 연구개발에 5500억원을 투자해 신먹거리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 분야 중소·중견 기업과 협력해 소프트웨어와 기기 등을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베이비부머 창업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창업 지원자에게 3D프린터 등을 보유한 전용 공간, 전문가 멘토링, 신제품 제작과 마케팅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되, 이를 청년층에만 몰아주지 않고 40대 이상 조기퇴직 세대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펀드를 제외한 순수 지원으로 300억원을 쓸 예정이다.

 SKT의 자산인 통화 관련 빅데이터도 고객 개인 정보를 삭제한 뒤 공공기관이나 벤처기업 같은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하 사장은 “벤처기업인들과 얘기했는데, 어느 지역에서 어느 연령대가 전화를 많이 거느냐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얼마든지 새 사업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며 “SKT가 생각도 못했던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현재 이를 이용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내 자식 먹거리를 생판 남에게 주는 격이다. 그는 “SK플래닛도 경쟁력을 가져야 하므로 자회사라고 우선권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사장은 31년 전 선경 시절에 입사한 샐러리맨 출신으로 2010년 12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간 자금팀장, 재무관리실장, 전략기획부문장, 국내이동통신사업(MNO) 사장을 거치며 주로 돈 벌어오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 그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생태계 육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개별 기업의 역량으로 평가를 받던 데에서 협력사들이 내놓는 애플리케이션이나 기기, 서비스 같은 생태계가 경쟁력의 핵심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 취임 후 IBM·인텔·네이버·벤처회사 등에서 인재를 영입했고 현재 임원의 20%가 외부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장기 가입고객에게 혜택을 늘리는 신규 서비스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보조금 경쟁에서 요금·서비스 경쟁으로 옮기는 작업의 일환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이날 미래부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보조금 차등 지급 금지,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 공시, 위법 행위 대리점·판매점에 과태료 부과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하 사장은 이에 대해 “보조금 경쟁이 없어져야 투자와 창업 지원을 할 여력이 생기므로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상당수는 한 곳에서 단말기와 통신 개통을 하기 원한다”며 기기 구입과 통신 가입을 분리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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