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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샌 성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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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의 크리스머스·이브는 대체로 조용하게 지새웠다. 가족과 함께 고요히 보내기 운동을 벌인 가운데 맞은 이날 밤 서울시내엔 약 천만의 인파가 거리에 몰려나와 도심지엔 사람의 물결을 이루었으나, 사고건수는 작년의 6천2백여건의 3분의1인 2천2백여건밖에 안되었다. 그러나 1천2백3명의 중·고생들이 부녀자를 희롱하거나 남녀가 여관에 동숙하다가 경찰에 걸리고 일부 유흥업소에선 협정가를 무시하고 폭리를 취하려다가 경찰에 걸려드는 등 고요 속에서도 소란함이 감싸여 있었다.
이날 밤 경찰은 갑호비상경계령을 내걸고 6천5백여명의 경찰관을 풀어 모두 2천2백건의 보안사범을 적발 이중 82명을 구속 52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5백63명을 즉심에 돌리고 1천94명을 훈방했다. 경찰은 보안사범 중 음주만 취한 학생 2백53명, 담배를 피운 학생 1백95명, 남녀가 여관에서 동숙하던 학생 61명이, 여자희롱학생 62명 등 모두 6천2백3명의 불량학생을 적발해냈다. 또한 경찰은 코피값을 한잔에 1백원씩 받는 등 폭리를 취하려던 남대문로3가 용다방과 서울역 앞 설매다방 등 16개소의 다방과 73개소의 유흥업소를 적발, 이중 70여개소를 즉심에 돌리고 17개 업소를 보건소에 행정처분 의뢰했다.
○…이날 명동 「복」다방 등 도심지다방에서는 코피와 홍차는 팔지도 않고 값비싼 차만, 자리값까지 합해서 2백씩 받았으나 예년과는 달리 자리는 많이 비어있었다.

<두 곳에 임시파출소>
○…중부서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일 곳으로 예상된 명동입구에 『밤10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박아놓고 중국대사관 옆 삼양빌딩부지와 명동공원에 각각 임시파출소를 설치, 보안사범단속에 나섰다.
이날 중부관내 각 중·고교 과외지도교사와 만화가클럽, YMCA, YWCA 각 동장들이 명동입구 4군데에 지켜 서서 미성년자 출입을 막고있었는데 곳곳에서 키가 작은 사람들과 미성년자여부로 시비를 벌이기도.

<술집주인들은 푸념>
○…이날 밤 명동·무교동 등 유흥가의 술집은 비교적 한산―평일보다도 적은 수의 손님이 드나들었는데 작년보다도 3분의1밖에 안 된다는 술집주인들의 푸념.

<미 선교사 합창행진>
○…이날 밤7시부터 1시간동안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몰몬교 미인 선교사 60여명이 명동과 반도호텔 사이를 합창행렬을 했다.

<스냅사진도 폭리>
○…밤12시 명동성당에서는 윤봉희 주교의 집례로 3천여 신도가 모인 가운데 성탄미사가 경건하게 올려졌다.
○…명동성당 구내에서는 동 교회 교우로 조직된 성삼회 회원 50여명이 고아돕기 운동으로 은방울 2개에 솔방울 하나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10원내지 40원씩 받고 팔고있었다.
1백여명의 스냅사진사들이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들끓었는데 평소 1백50원 하던 스냅사진 한 장을 2백원 내지 2백50원씩을 받고있었다.
○…청량리경찰서는 유치장 안에 크리스머스·트리 2개를 만들어놓았는데 25일 아침엔 쌀밥에 빵을 유치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취한 남편 잘 봐주셔요" - 주부클럽 등 교통순경에 선물>
○…상오10시10분쯤 대한주부클럽, 이대, 신앙촌 등에서 교통순경들에게 타월 장갑 케이크 등 선물상자를 전달했는데 남대문서는 이를 시청 앞 광장, 서대문서는 세종로, 종로서는 을지로입구에 각각 진열해놓았다. 주부들은 이 선물상자에 『입학시험 때 정말 고마왔읍니다』『오늘저녁 술에 취한 우리남편 잘 봐주슈』라는 재미있는 문귀를 적어넣기도 했다.
○…워커힐에는 평소의 4배 정도인 1천여명의 손님이 몰려 법석댔는데 빠찡꼬가 가장 인기, 밤새도록 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날 밤10시쯤 서울 중구 청계천5가에 있는 국민은행 청계지점에서 숙직하던 용원 이종록(43)씨가 술에 만취, 지점장석 책상에 설치되어있는 비상벨을 무심코 눌러 비상경계로 대기 중이던 동대문서 무장경찰관 10여명이 급거 출동하는 소동을 빚었다.

<격려 전화에 흐뭇 -농성 엿새째의 의사당> "떡국 보내겠다" 주부도
○…국회의사당에서 엿새째 농성을 벌이고있는 신민당의원들은 여·야의 「임시휴전」으로 어수선한 연말정국과는 대조되는 조용한 크리스머스·이브를 보냈다.
현관에 세워진 조그마한 두 그루 트리가 크리스머스 기분을 낼뿐이던 농성장에 24일 밤8시30분께 서민호 대중당 대표위원이 크리스머스·케이크를 들고 격려방문. 정일형 의원 등 크리스천들은 촛불을 밝히고 기도를 올렸다. 강원도출신 박영록 의원은 이날 3개월째 못 만난 부인이 상경했으나 농성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하고 국회정문 앞에서 쌓인 회포를 잠시 푸는 광경도. 농성의원들 대부분은 바둑과 정치담론으로 이날을 보냈으며 의장단이 보내온 생과자와 귤 등을 먹으면서 겨우 명절기분(?)을 냈다. 농성지휘관인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는 용산의 어느 가정주부로부터 『수고한다』는 격려전화에 떡국 50그릇을 보내겠다는 제의를 받고 흐뭇해하기도.

<구호모금 식탁미련>
○…성당구내에서는 이대·성대·홍대생들의 한 그룹이 한해민 의연금 모금운동으로 조그만 식탁을 마련해놓고 차 한잔에 50원씩 받고 팔기도 했다.

<치안국서 협조감사>
○…치안국은 크리스머스 비상경계를 편 24일 밤 전국에서 모두 8천3백7건의 여러 사범을 단속했다.
단속내용은 도둑 5백42, 폭력 5백14, 풍속 8백51, 경범 4천2백84, 기타 2천1백16건이다.
25일 채원식 치안국장은 『크리스머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운동을 벌여 매스콤과 각 가정의 협조로 조용한 크리스머스·이브가 되었다』고 밝히고 『가두선도반이 전국에서 16만4천2백12명의 청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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