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끄는 독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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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9월15일 자살한 것으로 발표된 아랍공화국의 압델·하킴·아메르 원수는 가발·압델·나세르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로 한때 부통령과 군 총사령관을 지낸 인물이다. 아메르를 나세르의 오른팔이라 부를 정도로 사이가 좋던 두 사람의 사이는 지난6월 아랍공이 대 이스라엘전에서 패하자 벌어지기 시작, 드디어 아메르 원수는 군부 쿠데타를 꾸몄다는 죄목으로 구금되었으며 그 뒤 그가 자살했다고 발표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아메르 원수의 자살설을 부인하고 그의 독살을 주장했다.
다음은 그의 독살설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증거로 아메르 원수의 사후 모 아랍국의 정보기관이 카이로에서 입수한 아메르 원수의 유언장이다.
아메르 원수를 잘 알고 또 이 유언장을 읽어본 사람들은 그 문체나 마지막 사인으로 보아 틀림없는 아메르의 것이라 주장하고있다.
원수의 유언장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나라는 지난6월 원하지도 않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휩쓸려 들어갔다.
하지만 전쟁에 패배한 이제 가말(나세르 대통령을 친밀히 부르는 말)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했대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끝내는 우리군대를 파멸의 단계에까지 몰고 간 그 전쟁을 일으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국민에게 알린 후에야 우리의 임무는 완수되는 것이다. 내가 군 사령관직을 사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에선 내가 깊은 정신적 고민에 빠져있으며 수차 자살을 꾀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했다.
나세르 대통령은 아랍정상회담에 가기 전 나를 자기 집으로 불러 정보기관에서 나를 구속하게 한다는 사실을 얘기해주었다. 그는 『형제여(아메르를 지칭) 나는 많은 수의 장교들이 자네 집을 드나든다는 보고를 받고있는데 이것은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보고가 사실이 아닌지는 모르지만 아뭏든 앞으로는 우리서로 방문을 하지 맘세』하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 장교들의 내 집 방문이 정치와 관계없음을 맹세했다. 나는 그에게 『가말, 내가 만약 권력을 쥐고싶었다면 지난 6월 사임하지 않았을 거요. 그래도 당신이 못 믿겠다면 나를 군재에 회부해서 밝히구료』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말을 일축해버렸다. 나는 다시 그에게 전쟁으로 이끈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얘기하지 말란 말이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나의 임무와 명예를 배반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하자 그는 『한번 더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걸』하고 말했다.
내가 이제 이 유언장을 급히 쓰는 이유는 나의 장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형제로 생각해온 가말은 물론 모든 친구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 나는 공개재판을 요구하다가 갖은 협박을 받았다. 두 시간 전에는 한 정보장교가 와서 내가 지껄이기만 하면 나를 영원히 잠재우겠다고 협박하고 갔다. 나는 나세르 대통령에게 전화연락을 해봤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나를 죽이려는 음모가 꾸며지고 있음을 확신한다. 그래서 지금 이 유언을 쓰고 그것이 믿을만한 친구의 손에 들어가도록 해놓았다. <타임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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