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7위, 출전 대기 골퍼의 인생역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데릭 언스트(왼쪽)가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여자친구 앨리슨 로즈를 끌어 안고 있다. [샬럿 AP=뉴시스]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또 하나의 샷은 1타 이상의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세계랭킹 1207위.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신인이지만 대기 순번이라 2부 투어를 병행하는 데릭 언스트(23·미국). 어린 시절 사고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은 언스트가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언스트는 마지막 18번 홀(파4)의 두 번째 샷 지점에 섰을 때 함께 플레이한 데이비드 린(40·잉글랜드)에게 1타 뒤진 7언더파였다. 연장에 가기 위해서는 버디가 절실했다. 그에게 남은 단 한 샷의 거리는 192야드나 됐다. 6번 아이언 클럽을 떠난 공은 핀 1.5m에 멈춰섰다. 버디 퍼트 성공. 언스트는 린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파를 세이브해 인생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우승상금 120만6000달러(약 13억2000만원).

 언스트는 이 대회 출전권이 없었다. 대기 순번 4번이었다. 그는 이 대회 이틀 전 2부(웹닷컴) 투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조지아주 아테네로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그때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 출전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언스트는 “매주 초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 가야 할 곳(PGA 투어)이 확고히 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언스트는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에서 2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는 우승한 뒤 여자친구 앨리슨 로즈와 긴 포옹을 나눴다.

최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