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처럼 … 세상을 확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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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현

“서울의 한 벙커에서 지내며 가족들 먹을 음식을 구하기 위해 하루 10마일(약 16km)을 썩어가는 시체들 사이로 걸어야 했죠.”

 송상현(72)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6일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새로운 형사사법 패러다임의 등장: 어떻게 ICC(국제형사재판소)가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특강했다.

그는 모두에서 전쟁 직후인 60여 년 전 자신이 겪은 일들을 소개했다. 끔찍한 전쟁 상황을 ICC가 나서서 막고 있다는 걸 상기시키려 꺼낸 이야기다.

 고려대 글로벌리더십센터 초청으로 이뤄진 강연에서 송 소장은 “ICC가 범죄를 처벌하는 데서 나아가 예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으로 잔인한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며 “ICC가 한 나라의 수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함으로써 누구도 폭력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ICC는 2009년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인종학살 때 현직 국가원수론 처음 수단의 알 바시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송 소장은 이날 강연에서 “지난 한 세기 동안 ICC가 그래왔듯이 다음 세대의 리더인 학생들도 세상을 바꾸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2002년 출범한 ICC는 대량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부터 전범(戰犯)까지 중대한 국제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상설기관이다. 송 소장은 2003년 ICC 초대 재판관으로 선임된 뒤 2009년 한국인 최초로 소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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