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오 안드레오티 전 총리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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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후 이탈리아의 가장 막강한 정치인 가운데 하나로 일곱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낸 줄리오 안드레오티(사진) 종신 상원의원이 6일 숨졌다.

 이탈리아 국영TV는 안드레오티가 이날 로마의 자택에서 94세의 나이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잔니 알레만노 로마 시장은 “최근의 역사에서 이탈리아가 알고 있던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이 세상을 떠났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안드레오티는 지난해 호흡기 감염에 따른 심혈관계 이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28세에 정계에 입문한 그는 기독민주당(DC)을 이끌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헌법을 입안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45년 이후 60년 동안 의석을 유지했고, 72년부터 일곱 차례나 총리를 역임했다. 외교적으로는 친미 정책을 표방했지만, 기독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공산당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91년에는 종신 상원의원직을 얻었다. 교황, 유력한 추기경들과도 돈독한 우정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드레오티에 대한 이탈리아 국민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대형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 이탈리아 검찰이 대대적인 사정을 벌이며 정치인 다수의 비리가 드러났다. 93년 검찰은 마피아 조직을 지속적으로 돕고, 79년 기자 살인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그는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며 2003년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마피아 두목과의 친분관계 등이 속속 드러났고 다시 정계로 복귀하지는 못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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