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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 9백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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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말을 앞두고 통화량이 심상치 않게 늘고 있는 것 같다. 11월말 통화량이 발표 되지는 않았지만 9백억원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설이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9월말 외환보유고가 3억불에도 미달하던 것이 11월말 외환보유고는 3억2천4백여만불이라 하므로 해외 부분의 통화창조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한해대책, 추곡매상 등 재정 철조가 불가피하게 되어 있어 금융면에서 흡수가 없다면 통화량은 계속 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
그러나 계절적으로 자금수요가 왕성한 연말에는 저축성예금이 줄면 줄었지 늘지 않는 것이므로 금융부문에서의 통화원수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어있다. 예년 같으면 농사자금의 강력한 회수로 년말 통화량을 줄여 갔던 것이나 올해에는 한해 때문에 이를 강행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다. 또한 공공요금의 인상, 설제 개혁, 환율인상조작, 제한송전 등으로 물가전망이 어둡게 됨에 따라서 화폐 저축유인이 현저히 줄고 있어 신탁 예금이 이미 줄기 시작하고 있으며 정기 예금도 줄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므로 예년에 견줄수 없이 년말 통화정세는 어둡다고 생각된다.
통화량의 이와 같은 철증 현상에 대해서 박 기획이나 서재무는 우려할 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으나 그 근거가 화폐 수양설의 결함론에 있는 것이라면 위험 천만한 생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단기적으로는 화폐수양설이 맞지 않는 것이나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맞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최근의 통화량 증가 일시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지속성을 갖는 것이라면 당국자의 낙관론은 근거없는 것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더욱이 공공요금인상, 환율인상조작, 세제개혁, 제한송전 등으로 실물면에서나 가격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현저한 것이며 외자도입 연불 수입이 획기적으로 줄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면 통화증발은 지속성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므로 통화량 증가를 일시적 계절적 현상으로만 돌리 수는 없게 되어있다.
만일 통화증발을 효과적으로 억제치 못한다면 앞으로 을 여파는 파국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동안 고도성장 정책이 높은 성과를 올리게 된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만 높은 성과의 배경에는 파동요인이 크게 도사리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정면으로 인정해야 할 단계에 우리는 처해 있는 것이다. 외자도입과 연불 수입누증으로 파생된 막대한 통화를 고금리로 흡수 동결시켰다는 것이 바로 파동요인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통화팽창속도가 빠르고 물가상승 요인이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조금만 계기만 있어도 커다란 화폐 불신을 일으키게 된다. 만일 화폐 신인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눈사태처럼 동결된 구매력이 풀려나갈 것이고 결국은 금융파동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파국적 요인을 눈앞에 두고서 통화증발에 신경 쓸 것 없다는 배포 좋은 생각을 갖게되는 당국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생각이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으니 긴급대책과 장기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고도성장 정책을 정리하는 현명이 있어야 하겠다. 고도성장 정책을 명시적으로 후퇴시키지 않고서는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인 것이다. 기본적 정책의 수습 정리 없이 통화신용을 유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통화의 순환 구조에 대한 분명한 분석이 서둘러져야할 것이다. 통화 및 구매력의 지역적 편중과 저층상의 편중현상이 오늘날처럼 심각하다면 아무리 통화량이 늘어도 그것이 효율적으로 생산에 연결될 수 없을 것이다. 서울 부산에 8할 이상이 집중된 구매력도 문제지만 소수인이 구매력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조로운 자금 순환이 이룩될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따라서 통화 및 구매력의 순환구조에 이상을 초래한 원인과 그 대책을 분석하고 마련하여 효율적인 자금순환을 기하는 것이 통화증발보다도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고도성장 정책의 후퇴·통화순환구조의 합리화와 더불어 연말까지의 긴급대책이 서둘려져야 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각종 공공사업의 중단과 연불 자금이 재정자금 부족 때문에 금융부문에서 방출되고 있는데 그러한 변칙재정도 중단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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