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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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는 동경에서 신극이 공연되고 있는 극장에 않아 있었다. 1천3백명이 정원인 이극장은 만원이었다. 상연작품은 불란서 「브르바르」조의 희극이었다. 관객들은 노상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소리가 혼성합창이 되질않고 여성만이 두드러져서 내귀가의 아해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연단체를 가지고 있는 내 직업의식이 동원되었다. 내가 앉은 통로사이의 좌석일렬이 12석, 그중에 남성은 나와 도한사람, 통로를 건넌 옆줄에는 남성이 한명, 염치없는 여행각은 앞뒤를 두리번거려 보았으나 그 비율은 대동소이하다. 그러고 보면 1천3백명중에 여성이 1천을 넘는다는 계산이 된다.
이 극단에 있는 미모의 중견여우는 나의 놀람을 시인하면서 관객동원의 지수가 인기있는 여우보다 젊은 남우의 경우가 월등하게 높기 때문에 모든 극단이 남우주연의 작품을 고르는 경향이 짙다고 불평겸 극단의 내막을 털어놓았다.
동물의 세계처럼 여성이 남성을 사육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일까. 매미처럼 남성이 노래해야하고 공작처럼 남성이 여성의 눈을 즐겁게 해야하는 시대가 되는 것일가.
나는 TV의 여류 프로듀서를 만난적이 잇다. 정치담당이라고 했다. 영화계에도 여류 프로듀서가 있다. 연극에도 있다. 심지어 발레계에도 여류프로듀서가 국제적인 규모의 활약을 하고 있다.
프로듀서라면 작품제작의 두목이다. 그녀들은 남성을 수족처럼 쓴다. 그러나 그녀들은 예외없이 상냥하고 부드럽다. 적어도 겉으로는 우리나라의 여성처럼 억센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구경거리가 되고있는 형편이다. 억센 느낌을 주는 것도 좋고 여권을 주장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것이 약한자, 실력없는 자의 안간힘 같은 것이어서는 여성천국은 요원 이야기가 될는지도 모른다.
박용구<예그린악단장·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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