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 하루 800g 먹으니…2주 뒤 노화방지 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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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이미진, 이병일씨(사진 왼쪽부터)가 과일과 채소가 담긴 샐러드를 먹고 있다. 2주간 매일 2접시를 먹은 결과 항산화 효소 수치가 확연히 올라갔다. [김수정 기자]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얘기는 이제 초등학생도 다 안다. 특히 색이 짙은 과일과 채소일수록 비타민과 무기질 등 몸에 좋은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다. 이들 속 식물영양소가 항산화 작용을 일으켜 암을 예방하고, 세포 노화도 막는다는 게 영양학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그럴까. 방금 먹은 과일 한 조각이 정말 노화를 막아줄까. 중앙일보와 뉴트리라이트는 ‘식물영양소 바로 알기’ 캠페인을 펼친다. 1회는 실험으로 꾸며봤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인의 평범한 직장인이 대상이다. 육식을 좋아하고, 야식을 즐기며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찾는다. 이들 식단을 2주간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고 몸의 변화를 살펴봤다.

질병의 90%는 활성산소가 원인

지난 4월 10일,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이병일(44)·강현우(31)·이미진(29)씨가 한자리에 모였다. 활성산소(d-Roms)와 항산화능력(Biological Antioxidant Potential) 수치를 재기 위해서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된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은 몸속 에너지급원이 되지만 이들이 연소되면서 부산물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활성산소다. 인체의 ‘배기가스’로도 불린다.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은 활성산소를 빨리 없애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부족하면 활성산소가 그대로 몸에 쌓인다.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는 “우리 몸의 질병 90%는 적든 크든 활성산소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활성산소는 몸의 내피세포를 손상시킨다. 혈관이 대표적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활성산소가 혈관세포를 서서히 허물어뜨려 혈관의 탄력을 잃게 한다. 혈전을 잘 생기게 하고, 동맥경화·협심증 등 혈관과 관련된 질병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장기세포도 파괴한다. 녹십자의료재단 이상곤 부원장(진단검사의학과)은 “간이나 대장·위 등 몸의 근간을 이루는 고형(固形)세포도 파괴시켜 기능을 떨어뜨린다. 한마디로 몸 안의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말했다. 활성산소는 피를 뽑아 확인할 수 있다. 혈청을 분리해 진단 시약을 넣으면 활성산소가 축적된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항산화능력이란 몸 안에 활성산소를 없애는 능력이다. 이 부원장은 “피를 뽑아 혈청을 분리하면 그 속에 항산화능력을 보이는 효소가 있다. 몸에 안 좋은 여러 개의 성분을 넣어 항산화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평가하면 수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음식보다 스트레스가 더 무서워

참가자의 수치는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가장 젊은 이미진(29)씨의 활성산소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 이씨의 수치는 336CARR.U가 나왔다. 이상곤 부원장은 “이 정도면 의학적으로 치료받아야 할 수준이다. 산화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 세포 노화가 정상인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병일씨의 활성산소 수치는 286CARR.U, 강현우씨는 280CARR.U으로 비슷하게 나왔다. 이 원장은 “251~300CARR.U 사이를 정상치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이미진씨는 검진 당시 큰 프로젝트가 코앞에 닥친 상태라 심신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검진 당일까지 2주 정도 매일 야근하다시피 해 평균 수면 시간은 4~5시간이 채 안 됐다. 게다가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매일 오후 9시 정도면 컵라면·피자·치킨 등 야식을 먹었다. 이 부원장은 “식습관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가 활성산소 생성에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병일씨와 강현우씨는 딱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나쁜 식습관은 없었다. 단, 둘 다 평일에는 거의 외식을 하기 때문에 생채소와 과일을 먹는 일이 거의 없다. 또 이병일씨는 과식을 하는 편이라 약간의 복부비만이 있었고, 강현우씨는 고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둘 다 음주는 거의 하지 않았고, 강씨만 하루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웠다.

항산화능력 부분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강씨의 능력(1420μ㏖/L)이 가장 떨어졌고, 나이가 어린 이미진(1958 μ㏖/L )씨의 능력이 다소 높았다. 이병일씨는 중간 수준인 1797μ㏖/L을 나타냈다.

색 선명한 과채류가 활성산소 제거에 좋아

이들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습관으로 바꿨다. 정혜경 교수는 “미국 영양학회에 등에서는 하루 800g 정도의 채소·과일을 챙겨 먹으면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식사 대용, 또는 식사와 함께 각각 400g(샐러드 한 접시 정도)씩 다섯 가지 색깔의 과일과 채소(포도·피망·무·오렌지·사과 등)를 골고루 섭취했다. 이병일씨는 “채소·과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적응이 어려웠는데 3~4일 먹다 보니 식감이 느껴질 정도로 맛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진씨는 포만감이 생겨 인스턴트 간식을 잘 먹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2주 뒤 이들의 몸 상태는 어떻게 변했을까. 효과는 놀라웠다. 산화스트레스 위험 수준에 있었던 이미진씨의 활성산소수치는 299ARR.U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강씨와 이씨 또한 각각 286ARR.U와 280ARR.U로 같은 정상 수준이긴 하지만 활성산소 수치가 더 낮아졌다.

항산화능력 검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병일씨는 식사 습관 개선 전 1797μ㏖/L에서 2509μ㏖/L로 40% 증가했다. 강현우씨 역시 1420μ㏖/L에서 1919μ㏖/L로, 이미진씨도 1985에서 2409μ㏖/L로 큰 증가 폭을 보였다. 항산화능력은 2200μ㏖/L을 기준으로 이하면 부족, 이상이면 정상으로 본다.

이상곤 부원장은 “활성산소와 항산화효소는 반감기가 짧아 2주 정도만 투입해도 금방 수치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유 없이 피로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한 번쯤 활성산소와 항산화능력 수치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치가 많이 낮다면 채소·과일류 섭취가 부족하거나 체질상 항산화효소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활성산소를 없애는 데는 색이 선명한 과채류가 효과적이다. 정 교수는 “빨간색엔 리코펜이, 보라색엔 안토시아닌, 노란색엔 베타카로틴, 초록색엔 루테인, 하얀색엔 알리신 등 항산화능력을 강화시키는 서로 다른 성분이 들어 있다. 이들을 골고루 섭취하면 질병이 생기더라도 스스로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최근엔 오색 과일의 항산화물질을 쉽게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도 나왔다. 뉴트리라이트의 ‘더블엑스’가 대표적이다.

글=배지영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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