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파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 나라 농촌에서는 언젠가「흙의 혁명」이 일어 날것 같다. 농림부에서 기초한「농지법」시안에 다르면, 우선 농부는 밭이나 논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게 된다. 굳이 농부가 아니라도 농사를 짓는 비용이나 장비 등을 대고「자기책임아래」농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흙을 만지지 않고도 트지는 소유할 수 있다. 농지소유권자의 자격이 이른바「자영」이라는 규정으로 그렇게 확대된 것이다.
이것은 이번 시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혁명적 골자이다. 가난한 농부가 토지를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문호「톨스토이」의 민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남아있다. 토지를 갖고 싶어하는 가난한 농부「파흠」은 토산물을 한 짐 싸 짊어지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 토지를 나누어주는 나라를 찾아가는 것이다. 어느 나라의 농촌에 이르러 그는 땅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난다. 1천「루불」을 지불하고,『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걸어서 차지할 수 있는 넓이만큼 땅을 마음대로 가지라』고 그는 명령한다. 태양이 지기 전에 출발점에 돌아오지 않으면 그 돈은 물론 땅주인의 몫으로 날아가 버린다.
「파흠」은 필사의 노력으로 걷기 시작한다. 정말 놀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언덕 위에 그의 긴 그림자가 나타닸다. 잠시 후에 그는 기진맥진해서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해는 아직도 지평선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파흠」은 태양과 함께 죽어가고 있었다. 땅은 얻었지만 그것을 지켜 볼 생명을 그는 잃은 것이다.
「톨스토이」는 인간의 터무니없는 욕심을 꾸짖어 줄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생명을 다하고도 그처럼 땅을 갖고 싶어하는 한 농부의 집념에 숙연해진다.
현대의「파흠」은「톨스토이」의「파흠」보다는 훨씬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그는 걷지 않고 자동차로 달릴지도 모른다. 그처럼 오늘의「파흠」은 더 탐욕적이다. 가난한 농부들이 차륜에 치이지 않고도 기름진 땅을 가꿀 수 있는 시안은 없을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