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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안심하고 아이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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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중앙일보 기획취재 결과 국고보조를 받고 있는 어린이집까지 아동학대와 불량급식에 공금 횡령까지 온갖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도는 이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돼가고 있는 어린이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가 송파구청과 공조해 서울 남부권과 수도권 일부 지역 어린이집을 일제 조사한 결과 모두 700여 곳에서 지난 3년 동안 보조금·특활비 등 공금 횡령액이 줄잡아 200억~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마디로 어린이집이 총체적인 비리의 늪에 빠져 국민의 세금과 학부모의 돈은 줄줄 새고 어린이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서울시가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완할 목적으로 엄격한 평가 뒤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로 인증한 ‘서울형어린이집’의 일부도 여기에 포함됐다. 지자체 보증조차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부모들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아이들을 맡겨야 할지 아찔할 따름이다.

 얼마 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이를 어린이집 근무자가 피멍이 들 정도로 때린 사례 등 아동학대가 잇따라 드러나자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동학대 사실이 적발돼 자격을 잃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는 길게는 10년 동안 재개원하거나 재취업을 할 수 없고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어린이집이 중대한 위반을 하면 고발과 보조금 반환은 물론 운영정지·시설철폐 등 엄중 조치를 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어린이집 부실화는 기본적으로 최근 복지확대와 출산증가책 차원의 지원 확대로 보육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도 예산·인력·시설·시스템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비용을 어느 정도 들이더라도 부모가 어린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어린이집 운영 시스템과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부모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선 보육 인력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육교사들은 하루 12시간의 장기 근무에 시달리기 일쑤인데도 추가근무수당 등 보상은 미흡한 실정이다. 보육교사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개선하면 전문성과 사명감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자격미달자를 걸러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고졸 이상 학력으로 10개월 이상의 단기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되는 보육교사 자격기준 강화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어린이집의 정보 공개를 제도화해 부모들이 문제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CCTV 설치 등을 통해 아이들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해 부모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지키는 데 사회적으로 이 정도 비용은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