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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우롱하는 전화요금 인상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화가설요금은 공공요금이 아니다』-. 이것은 얼마 전 체신당국이 안출해 낸 전대미문의 궤변 가운데 하나이다. 이렇게 해서 공공요금심사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전화가설요금을 일약 1백%까지 인상해버린 체신부는 이에 맛들었음인지 이번에는 또다시 터무니없는 전화요금인상안을 들고 나와 국민을 우롱하려고 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23일 박충훈 부총리는 국회재경위에서 정부로서는 아직 아무런 확정안도 가지지 않았음을 확언했다하므로 이 기회에 우리는 체신당국의 당초 인상안이 얼마나 국민을 우롱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유를 밝혀 당국의 반성을 촉구해 두고자한다.
우선 지적해야 할 것은 오늘날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무릇 모든 개인의 사사로운 행동도 그렇지만, 정부의 온갖 시정에 있어서도 결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켜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체신당국이 내세우는「선로확장과 전화증설의 필요성」이라는 목적이 국가시책 상 제아무리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이유로 수단을 가리지 않는 요금인상이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곧 그는 중세폭군식인 가렴주구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과 아무 다를 바가 없음을 깨달아야만 될 것이다.
다음 무릇 모든 정부시책에는 합리적 근거의 제시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의 일체성, 일관성 등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었을 때 비로소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밝혀두고 싶다. 문명의 이기인 전화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이른바「인트라 스트럭처」의 하나이다.
그것은 결코 사치품 시 되어서는 안되며, 또 되도록 많은 국민의 이용을 장려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정부 체신사업정책의 근간이었던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그 비용은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각 수용자가「형평의 원칙」에 따라 부담하되 그 요율은 모든 공공요금이 가지는 물가상승에 대한 선도 성을 고려하여 극도의 신중한 절차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 또한 우리정부 재정정책의 기본이었다고 알고있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지금 한 달에 고작 1백 회 정도밖에 안 쓰는 대다수 가정용 전화가입자를 포함한 모든 수용자들에게 덮어놓고 3백 회 이상의 전화사용료를 내게 하려는 등 터무니없이 평균 1백55%이상의 요금인상을 획책하면서도 그러한 요율 책정의 산출근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아무런 설명도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시책을 국민은 도대체 무어라 평해야할 것인가.
또 생각해 볼만한 일이 있다. 전화보급의 실적을 커다란 정부업적의 하나로「피알」하고있는 현 정부가 항간에『전화가입자의 수난시대도래』라는 탄성이 터져 나오게 할 정도로 일견 명백한 전화수용억제정책을 쓰는 모순은 무엇이라 설명할 것인가. 그밖에도 또 있다. 종전의 정액제도를 불과 수년 전에 도수제도로 고치면서, 그 합리성을 극구 찬양해 마지않던 정부가 그때 내세운「수익자부담원칙」도 아랑곳없이 이제는 한 달에 단1통화도 하지 않은 수용자에게도 무조건 최소한 1천5백40원(서울의 경우)의 전화요금을 물게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내세울 수 있을 것인가. 뿐만 아니라 물가안정을 지상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모든 공공요금 억제를 물가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한 현정부가 유독 관영요금에 대해서만은 일약1백%, 2백%의 일방적 인상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면, 이러한 정부시책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이렇듯 국민을 우롱하려는 듯한 정부관료 일부의 독선적 발상법에 대해서 전반적인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문제의 전화요금인상안에 대해서는 이를 공공요금심사위원회에 회부할 것도 없이 즉각 철회해줄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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