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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법안과 위헌 요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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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차관회의는 23일 공화당과 신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방위대 복무를 의무화한 민방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0세에서 40세까지의 모든 청장년 남자를 의무적으로 민방위대에 복무토록 했으며 기간 대원의 복무 연한은 3년이하로 하나 일반 대원은 40세까지 민방위의무를 지게 했고 이에 위반했을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는 벌칙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민방위 법안의 목적이 적의 간접 침략과 항공기 핵무기 등의 공격으로부터 국토와 국가, 공공 시설 및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 이에 대하여 감히 반대할 수는 없으나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는데 위배되는 것이 되지 않을지 극히 염려된다.
민방위법 초안을 보면 제안 이유로서 ①최근 북괴의 휴전선 침범이 빈번하고 ②또한 무장간첩의 무차별 살상 시설 파괴 등 활동이 노골화하고③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신무기의 출현으로 전쟁의 양상이 변모되어 가고 있는데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서는 군별의 방위 수단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군·관·민의 유기적인 민방위 태세를 확립코자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목적이라고 하면 구태여 민방위법을 제정하고 민방위를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예비사단의 대간첩 작전 의무 수행과 간첩 침투 「루트」에의 경찰관의 증원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민방위의 「의무제」는 헌법 제34조를 아무리 확대 해석하더라도 인정될 수 없다.
만약에 민방위가 국방의 의무 수행의 한 길이라고 한다면 민방위 종사자에게는 병역의 의무가 면제되어야 하거늘 민방위 법안은 병역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아니한다(6조2항)고 함으로써 이중의 국방 의무를 강요하는 위헌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또 헌법 제28조의 근로의 의무를 법정화하는 경우에도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고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민방위의 의무제란 생각할 수 없다.
민방위 법안은 민방위의 관장 기관을 내무부로 하고 민방위대의 설치·훈련에 경찰의 개입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민방위 대원의 출동·복무 등은 내무부 장관의 명령에 의하도록 하였고 또 주민의 피난·대피 및 소개 내무부 장관이 명령할 수 있고 무기를 사용하여 경찰관의 직무 집행을 협조하도록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내무부의 행정 계엄령 발포와 같은 것으로 위헌이다.
또 민방위대를 내무 행정 내지는 경찰 행정의 보조 기구로 만들려 하는데에도 찬성할 수 없다. 타목적 이용의 금지와 지위를 이용하는 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고는 있으나 법의 집행 기관이 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을 자주 보아온 국민은 이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민방위 법안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목적을 내걸고 있으나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더 많아 보인다. 병역 의무의 신고 외에 민방위 의무를 신고케 하고 이에 위반한 경우 처벌을 과하고 있는데, 병무 행정과의 유대가 아쉬우며, 국민의 자유의 침해의 우려가 있는 제반 여건을 대통령령으로써 제정할 수 있게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내무부 장관령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사용 수용하게 하고, 민방위 통제라는 명목 밑에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등 위헌적인 요소가 많다.
또 유급상근 대원을 두게되어 있고 국고에서 민방위 비용을 내게 되어 있는데 그만한 예산이면 충분히 경찰관을 증원할 수 있다고 본다. 또 간첩의 색출은 중앙 정보부를 비롯하여 각 군 방첩대가 있는 만큼 군대에 대립될 수도 있는 민방위대의 의무제 설치는 이를 재고하여야 할 것이다.
본란이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위기 발생시에는 대통령의 긴급권으로, 세계 제4위를 자랑하는 국군에 의하여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경제적 위기에도 긴급 재정 경제 명령이나 전시 근로 동원법, 방공법, 징발법 등에 의하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만큼 국민에게 생산의욕을 저하시킬 위기감과 위압감을 안겨 줄 입법은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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