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전문직 단체로서의 교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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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 교련은 23일 창설 20주년을 자축하는 성대한 기념식을 가졌다. 한낱 사사로운 이익 단체라도 20년의 연륜을 쌓았다면 그 국가 사회에 대한 공헌은 결코 불소한 것이 있을 것이다. 하물며 한 나라의 13만4천여 교직자들이 하나로 뭉쳐 줄곧 20년간 스스로 교직자로서의 자질 향상과 권익 옹호를 위한 의로운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온겨레의 축복을 받아 마땅할 줄 안다.
이날 대회는 기념식에 이어 평생을 교직에 몸바쳐 온 4맥47명의 교육 공로자 및 10개 단체에 대한 표창식을 갖고 하오부터는 세인 주목리외 전국 대의원 대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중에는 이미 보도된바와 같이 한가족 12명이 모두 교직에 몸을 바쳐 이들 전부의 근속 연한합계가 무려 2백32년이 된다는 제주도 효돈 중학교장 강석용씨의 경우를 비롯하여 모두가 적어도 35년 이상 40년간이란 오랜 세월을 오직 고달픈 교직생활에만 정신해 온 분들이다.
지나간 거의 반세기의 역사가 우리나라로서는 거의 전례 없을 만큼 격동의 시대였고, 그러는 사이에도 교직자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나 처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부족했던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들이 지난 수10년간 우리 국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끼친 공헌은 결코 명색만의 동장 수여나 한낱 표창장 수여만으로써는 도저히 보답할 길이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지난 65년래 두개로 갈라졌던 대한 교련이 다시 하나로 뭉치는 통합 결의를 했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본질상 특수한 이익추구 단체인 이와 같은 공법인이 그 조직 성원 가운데서도 각기 다를 수 있는 독자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 여러 갈래의 분과 조직을 갖는 것은 그 자체를 나무랄 수 는 없다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나라 교직 단체가 해결해야 할 허다한 당면 과제와 그 막중한 책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통합의 성공은 필수불가결한 요청이면서도 동시에 이를 성숙시킨 관계자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야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한 교련의 통합 성공과 그 앞으로의 발전에 큰 촉망을 거는 것은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우리나라 유일한 통합 교직 단체로서의 교련은 그 조직을 질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종래보다도 더욱 큰 압력 단체로서의 구실을 해야 할 과제 앞에 놓여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 회원 8만5천여명(전체 교원의 68%) 의 조직 현황은 숫적으로도 훨씬 강화되어야 하겠으나 교원의 생활권 향상과 교육의 자주성을 확립하는 문제 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교련이 진정으로 큰 발언권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회원 조직이 질적으로 한층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대한 교련이 교직자의 이름을 빈 일종의 어용 단체요, 이권 단체라는 일부 그릇된 인식을 일소하기 위한 자체 조직의 강화를 우리는 무엇보다도 기대한다.
끝으로 교련은 전문직 단체로서도 보다 충실한 발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종래와 같은 1년 한번의 교육 연구 대회 개최에 만족치 말고 교육 제도 개편, 입시 제도 개선, 현직 교원에 대한 재교육 훈련 실시 문제 등에 대해서 문교 당국자는 물론 국회의 입법 활동에도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연구와 묵직한 발언이 쉴새 없이 표명되어야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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