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샤머니즘-일본 동경대학교수 천정일씨 소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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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인류학자「이즈미·세이이찌」씨(동대교수)는 지난 10월에 내한, 농촌각지를 돌아다녀 보고 16일자「마이니찌」신문에 한국의「샤머니즘」에 대한 글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에서「샤머니즘」이 강력한 민중의 지지를 받고있다고 밝혔다. 그에 의하면「샤머니즘」의 유태교 기독교「이슬람」교와 우주관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의 유일신과 인간, 하늘과 땅, 선과 악, 하나님을 믿는 자와 이교도와 같은 대립하는 2개의 개념으로 우주를 파악하는 일원론은 삼라만상을 모두 평등한 지위에 두고 각각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이들을 이용하는「샤머니즘」의 우주관과는 사고의 양식부터 다르다. 어떤 무당은「예수」가 그렇게 신통력이 있다면 최영 장군 관운장과 함께 모셔도 좋다고 제안하는 바람에 미국인 선교사가 어처구니없어 하더라고 한다.
「이즈미」씨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호랑이로 상징되는 산신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러나 호랑이가 없는 제주도에서는 산신도 없다.
그리고「시베리아」의「퉁그스」족의 신은 호랑이 보다 여우로 산신을 상징하고있다. 또 말이나「도나카이」기타 숲 속의 짐승으로 상징되기도 한다.「샤머니즘」의 내용, 예를 들면 신구 신통은 생태적 조건에 의해서 다양하게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는「샤머니즘」은 훌륭한 우주관이고 사고의 형식이라고 한다. 그 속에는 어떠한 내용도 넣을 수 있다. 종교라고는 하지만 숭배하는 신을 집어넣기도 하고 갈아치우기도 한다. 「예수」를 믿지 않는 기독교「마호멧」이 존재하지 않는「이슬람」교는 존재할 수는 없으나「샤머니즘」은 주민의 자연관 역사관에 의하여 자유롭게 창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차용하는 것도 가능하다.「이즈미」씨는「샤머니즘」이 희랍·「로마」의 이원론적 철학에 대항할 수 있는 훌륭한 철학의 기초가 될 수 있으며 20세기 후반의 종교와 사상의 과제로서「샤머니즘」을 문제삼을 때가 왔다고 제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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